[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K리그 챌린지 20경기 16골
FA컵 2경기 2골
도합 22경기 18골

무려 22경기에서 18골을 넣는 무시무시한 골 행진을 펼쳤음에도 끝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입에서 그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그렇게 고작 4개월 만에 무명선수에서 대표선수로 성장한 주민규(25·서울 이랜드 FC)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잠시 쉼표가 찍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2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5 동아시안컵에 나설 23명의 최종명단을 발표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공격수 부문에 김신욱이 선발되고 주민규가 탈락했다는 점. 사실 브라질월드컵과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선수이며 2013 K리그 클래식 득점 2위인 김신욱의 이름값을 보면 주민규가 그와 비견되는 것 자체가 영광일지도 모른다.

주민규는 고작 4개월만에 인생이 확 바뀐 선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평범한 중앙 미드필더에 지나지 않았던 그는 서울 이랜드 FC의 마틴 레니 감독을 만나 공격수로 본격 변신에 성공했다. 3월 28일 이랜드의 창단 첫 경기가 있은 지 아직 4개월도 되지 않았는데 주민규는 22경기에서 무려 18골을 몰아쳤다.

물론 챌린지(2부리그)라는 전제조건을 감안해야 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선수 중 주민규만큼 골을 많이 넣은 선수는 전무하다. 지난 4개월 동안 엄청난 골 행진을 벌인 주민규는 3월만해도 축구 열혈팬들조차 큰 관심이 없는 선수였지만 이제는 '축구 좀 안다'하는 팬이라면 당연히 알게 되는 선수로까지 성장했다.

그야말로 4개월만에 신데렐라가 된 주민규에게 이번 동아시안컵 대표팀 발탁은 마치 왕자님이 신데렐라를 찾아 구두를 신겨주는 것과 같은 신데렐라 스토리의 클라이맥스가 될 수 있었다.

마침 슈틸리케 감독이 주민규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던 지난 8일 고양전에서 주민규는 골을 기록했고 레니 감독은 "주민규는 현 시점에서 한국 최고의 공격수"라며 극찬을 마다하지 않은 바 있다. 당시 스포츠한국과 경기 후 만났던 주민규 역시 "아무래도 저의 장점은 최근 상승세가 좋다는 점이다. 골 감각이 살아있고 그 장점을 살리고 싶다. 기회가 온다면 득점력이라는 장점을 더 극대화시켜 대표팀에 어필하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끝내 주민규는 슈틸리케 감독이 "꾸준히 지켜봐왔다"고 밝힌 김신욱에게 밀려 생애 첫 대표팀 발탁이 좌절됐다. 하지만 주민규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멈춘 것이 아니다. 고작 만 25세밖에 되지 않은데다 현재 서울 이랜드의 성적을 감안하면 내년이면 충분히 클래식 무대에서도 제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 주민규가 지난 4개월 동안 보여준 신데렐라 스토리는 대표팀에 탈락했지만 마침표가 아닌 쉼표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

2015 동아시안컵 최종명단(23명)

- GK :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 김승규(25·울산현대) 구성윤(21·콘사도레 삿포로)

- DF : 김기희(26) 이주용(23·이상 전북현대) 정동호(25) 임창우(23·이상 울산) 홍철(25·수원삼성) 김영권(25·광저우 헝다) 김민혁(23·사간 도스) 김주영(27·상하이 상강)

- MF : 이재성(23·전북) 권창훈(21·수원) 이찬동(22·광주FC) 주세종(25·부산아이파크) 정우영(26·빗셀 고베) 김민우(25·사간 도스) 장현수(24·광저우 푸리) 김승대(24·포항스틸러스) 이종호(23·전남드래곤즈) 이용재(24·V-바렌 나가사키)

- FW : 이정협(24·상주상무) 김신욱(27·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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