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대안을 내놔야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측에서 별다른 대안은 내놓지 못한다. 왜냐고? 실제로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인정으로 기댈 수 있는 적은 금액차이가 아닌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금액의 제안이기에 정말 별 수가 없다. K리그는 대책없는 `엑소더스(대거 탈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K리그는 A급 이상 선수들의 해외이적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7월1일 여름이적시장 개방과 함께 뛰어난 선수들이 K리그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 외국인부터 국내 준척급선수까지 상당히 많은 이름이 이미 중동이나 중국으로 떠났거나 혹은 떠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의리’가 ‘돈’을 이긴 서울 최용수 감독의 사례가 있긴 했다. 무려 6배에 달하는 금액차이에도 최 감독은 서울과의 ‘의리’를 택했고 이는 최근 불고 있는 ‘엑소더스’ 사태에서 K리그를 지킨 훈훈한 미담이 됐다.


왼쪽부터 에두, 정대세, 고명진

그러나 미담은 거기까지였다. 전북 외국인 공격수 에두가 중국 2부리그로 떠났고, 정대세는 일본 J리그로 옮겼다. 또 서울의 프랜차이즈스타 고명진은 카타르 이적이 유력하고 제주의 수비수 이용도 이미 카타르 이적을 확정지은 모양새다.

문제는 ‘돈’이다. 이 모든 선수들이 최소 3배, 많게는 4~5배의 연봉을 제의 받았다. 국내 구단입장에서는 선수를 잡을 명분이 없다. 2배 정도라면 재계약을 통해 약간의 보상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3~4배 이상은 사실 인정에 기대기 힘들다. 선수 입장에서도 비록 해외생활을 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계약기간만 준수할 수 있다면 노후자금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막대한 금액을 손에 쥘 수가 있다.

본인은 ‘의리’로 서울에 남긴 했지만 최용수 감독도 “충성심만 강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프로는 돈을 무시할 수 없다”며 “아마 그 정도 금액(3~4배 인상된 금액)이라면 본인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정도다”라며 고명진의 이적설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단순히 고명진에게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황선홍 감독 역시 “솔직히 그 정도 차이나는 금액의 베팅이라면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다. 감독이라고 어떻게 선수가 나가는 걸 막을 수 있나”며 지난해 시즌 도중 팀의 핵심선수였던 이명주가 이적했던 때를 떠올렸다. 현장에 있는 사람조차도 ‘별 수 없는’ 일임에 통감한 것.

그럼에도 황 감독은 ‘선순환’을 강조했다. 황 감독은 “이적료를 많이 받았으면 써야한다. 단지 선수를 팔고 끝나서는 안 된다. 그와 견줄만한 선수가 영입되어야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사실상 대책은 없다. 대책이라고 하면 중동이나 중국이 제시한 연봉을 맞춰주면 되지만 이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완전히 세계적으로 자유이적 체계가 정립된 축구 이적시장에 K리그만 규제를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실적인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아마 방법이 있었다면 올해로 처음 시작된 것이 아닌 이 ‘엑소더스’는 다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대책일 수 있는 것이 선수를 팔고 남은 이적료로 유소년은 물론 그에 비견될만한 급의 선수를 데려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많은 구단들이 주축선수를 팔고나면 그 이적료를 구단 운영비로 쓰고 있다. 가뜩이나 적자구조로 생존해있는 구단 입장에서는 도리없다.

결국 선수는 팔려나가는 데 재투자는 되지 않고, 그러다보면 좋은 선수가 빠져나가 리그의 경쟁력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관중 증가는 꿈도 못 꿀 일이 되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당분간의 이런 이적시장이 지속될 것이다”며 “솔직히 ACL에서 붙어봐도 예전처럼 중국팀들이 쉽지 않음을 체감하고 있다. 이런 이적이 결국 중국 리그의 수준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최용수 감독은 “잇몸으로 버티는 것도 힘들다”며 데얀-하대성-에스쿠데로에 이어 이제 고명진까지 이적을 앞둔 상황에서 한탄했다.

해답은 단 하나다. ‘선순환.’ 그러나 선수 팔아 기약 없는 육성만 기다리고 재투자는 없는 현재 K리그의 현실에서 이 선순환마저 쉽지 않다. ‘별 수 없다’고 손 놓고 있기엔 생각보다 더 큰 일일지 모르겠다.

사진= 스포츠코리아, 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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