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제 수원FC 감독(오른쪽)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한국 수원=김명석 기자] 이인수(22·수원FC)는 신인 골키퍼다. 드래프트 우선지명을 통해 올 시즌 수원FC에 입단했다. 그러나 그는 팀이 치른 18경기 중 12경기에 출전했다. ‘경험’이 중요한 골키퍼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출전수다.

이유가 있다. 조덕제(50) 수원FC 감독은 우선 “우선지명으로 뽑은 이인수는 처음부터 팀의 대들보로 키워보려는 생각이 있었다”면서 “신인이지만 초반부터 출전 기회를 준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의 골키퍼들은 베테랑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젊은 골키퍼들은 경험을 쌓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만약 이인수가 팀에서 일찌감치 많은 경험을 쌓는다면, 나중에 K리그 클래식 팀들로부터 이적제안이 올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내다봤다.

비단 이인수 뿐만이 아니다. 그와 함께 우선지명으로 수원FC에 입단한 배신영(23)은 이미 15경기(3골)에 출전, 팀 중원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정기운(23·17경기) 권용현(24·17경기) 등 다른 선수들 역시도 마찬가지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수원FC 유니폼을 입고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과감한 선수기용은 조덕제 감독의 ‘지론’에서 비롯된 결과다. 조 감독은 비례하기 쉽지 않은 팀의 성적과 선수의 미래 사이에서 후자를 먼저 택했다. 골자는 팀의 성적보다는 선수들의 성장을 돕고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 수원FC를 비롯한 K리그 챌린지 팀들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조덕제 감독이 김태봉(27·대전시티즌)의 이적사례를 보며 “K리그 챌린지의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김태봉은 내셔널리그(실업축구)를 거쳐 2013년 안양에 입단한 뒤, 최근 대전시티즌으로 이적하며 K리그 클래식 무대를 밟게 됐다. 그가 1부리그에서 뛸 수 있게 된 밑바탕에는 단연 2년 반 정도에 걸친 K리그 챌린지에서의 경험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조덕제 감독은 “더 좋은 선수를 쓰고 싶은 것은 감독들의 같은 마음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팀의 자산 등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신 수원FC를 비롯해 K리그 챌린지 팀들에는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선수들이 많다. 이들을 성장시킨 뒤 승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수원FC의 젊은 선수들은 경기를 치를수록 성장 속도가 가파를 수밖에 없다.

물론 조 감독은 “결국 현실은 성적”이라면서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 그리고 불가피한 현실의 간극에서 나오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다만 공교롭게도 수원은 20라운드 현재 리그 4위다. 조 감독이 올 시즌 ‘최대의 목표’로 내걸었던 플레이오프 진출권이다.

선수의 성장과 미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덕제 감독의 지론이, 선수들은 물론 수원FC의 미래까지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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