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5억보다 4억이다. 그리고 63억보다 10억이다. 멍청하고 바보 같은 선택이지만 이것이야말로 '의리'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귀감이다. 최용수는 돈보다 의리를 택했다.

FC서울은 2일 스포츠한국과의 통화에서 "중국 C리그의 장쑤 순톈이 최용수 감독에 영입 제의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고심을 거듭하던 최용수 감독은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3일 구단을 통해 "서울에 남겠다"며 잔류를 선언했다.

중국 구단의 제의는 파격적이었다. 축구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 장쑤 순톈은 기존에 알려진 연봉 20억원이 아닌 25억원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기간 2년6개월을 생각하면 무려 63억원을 챙길 수 있었다. 국내 축구시장에서는 좀처럼 생각하기 힘든 '인생역전'과 다름없는 거금을 벌 수 있는 기회였다.

당연히 달콤할 수밖에 없다. 최 감독은 2015시즌을 앞두고 서울과 3년 재계약을 하며 연봉 4억원 정도를 책정한 알려져 있다. 연봉으로 치면 4억과 25억원의 싸움, 총액으로 보면 남은 2년6개월간 10억과 63억원의 싸움인 것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63억원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바보'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최용수는 그 '바보'같은 선택을 했다. 바로 '시즌 중'이라는 점과 '서울에 대한 애정'때문이었다.

사실 다음 주면 전반기가 종료되고 올스타브레이크가 지나면 순위싸움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시점에서 아직 하위스플릿으로 떨어지는 순위인 7위와 고작 승점 4밖에 나지 않는 서울(4위 서울 승점 30, 7위 성남 승점 26)의 상황에서 팀의 수장이 떠나버린다면 늘 상위권을 유지해왔던 성적은 결코 장담할 수 없게 됐었다.

또한 올 시즌을 앞두고 재계약을 하면서 아시안컵을 끝으로 완전히 현역은퇴까지 고민했던 차두리는 1년 더 팀을 위해 뛰기로 했고 박주영 역시 최용수 감독의 지도가 뒤따른다는 조건하에 서울에 입단했다. 최 감독은 차두리와 박주영에게도 '의리'에 대해 언급했던 것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책임감과 함께 1994년 프로 데뷔팀이자, 코치와 감독 데뷔 모두 한 FC서울에 대한 애정도 상당히 컸던 것으로 보인다. 최 감독은 늘상 '서울에 대한 충성심'을 선수들에게 강조해왔고 본인 역시 그 말에 대해 언행일치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최용수의 의리 있는 선택은 흔들릴 뻔했던 FC서울에게 도리어 응집력을 높이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틀 뒤인 5일 광주와의 홈경기에서는 '바보' 최용수와 함께하는 서울의 경기가 기대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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