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석 기자 holic@sportshankook.co.kr
[스포츠한국 인천공항=김명석 기자] 간절했다. 당장이라도 경기에 뛰고 싶었다. 그러나 그저 경기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보이지 않는 족쇄’가 장결희(17·바르셀로나)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까닭이다.

2013년 2월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바르셀로나(스페인)에 징계를 내렸다. 해당 선수의 부모가 현지에서 축구 이외의 직업에 종사하지 않는 이상, 18세 미만의 유소년 선수를 영입할 수 없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 징계 사유였다.

FIFA는 선수들의 나이가 만 18세가 되기 전까지 공식경기에 출전할 수 없도록 했다. 그리고 당시 15세에 불과하던 장결희는 이승우(17) 백승호(18)와 함께 그 대상에 포함됐다. 어느덧 3년째, 장결희의 속도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보물’에 채워진 보이지 않는 족쇄

장결희는 소속팀은 물론 한국축구의 미래로 주목을 받아왔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 탓에 다른 유망주들보다 덜 주목을 받았을 뿐, 실력과 재능만큼은 일찌감치 현지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그의 재능은 바르셀로나 스카우터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장결희는 포항제철중 시절이던 2010년 스페인에서 열린 코파 카탈루냐에서 맹활약하며 이듬해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 입단했다.

이후 장결희는 특유의 재능과 성실함으로 팀에 자리를 잡았다. 매년 펼쳐지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았다. 현지 언론도 그를 미래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1·스페인)로 표현할 만큼 주목했다.

자연스레 한국축구에도 희망의 꽃이 피었다. 장결희를 포함한 바르셀로나 3인방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2013년 FIFA의 징계가 그들의 발목에 보이지 않는 족쇄를 채웠다. 바르셀로나와 한국축구 모두 아쉬움의 탄식을 감추지 못했다. 장결희의 발걸음 역시 더뎌지기 시작했다.

어느덧 3년 째, 떨어지기 시작한 경기 감각

치명타였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성장속도 역시 더딜 수밖에 없었다. 팀내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많아지기 시작한 이유였다.

장결희 역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친선경기도 뛸 수 없고, 팀 자체 연습경기도 주로 4대4나 5대5 미니게임을 하는 편이다. 11대11로 펼쳐지는 정식 경기는 치를 기회가 거의 없다”면서 “경기 감각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경기감각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에서도 느꼈다. 장결희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는 그나마 소집기간이 길어서 어느 정도 다행이었다”면서도 “그래도 무뎌진 경기감각 때문에 당시에 무척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렇다고 마냥 제자리걸음을 할 수만은 없었다. 출전정지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개인훈련, 그리고 ‘마음 아픈’ 경기관전

장결희는 경기에 나서지 못하기 시작한 이후 더욱 개인훈련에 집중했다. 자신의 부족했던 부분들을 채움과 동시에,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벌어지기 시작한 팀 동료들과의 간극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그는 “팀에서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많이 신경을 써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드리블이나 리프팅 등 기본기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쉴 때마다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 경기에 뛰지 못하니까 더 열심히 개인훈련을 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그는 경기장도 꾸준하게 찾았다. 물론 마음은 아팠다. 팀이 지고 있는 상황이라도 되면 당장이라도 뛰어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저 묵묵하게 동료들의 플레이와 전체적인 경기를 지켜봤다.

아픈 마음을 감춘 채 경기장을 찾은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장결희는 “동료들의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배울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플레이들을 하나하나 관찰하면서 나름대로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장결희의 노력을 알았는지, 바르셀로나는 지난해 장결희에게 3년 재계약을 제시했다. 덕분에 장결희는 2017년까지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장결희는 “그래도 구단이 나를 잡고 있는 것을 보면 그만큼 나를 믿고 있음을 느낀다”고 웃어 보였다.

9개월, 족쇄 풀 시간이 다가온다

장결희의 출전 정지는 2016년 4월 4일이 되어야 풀린다. 만 18세가 되는 시점이다. 지난 2년여의 시간처럼 앞으로 9개월 정도를 더 경기장 안이 아닌 밖에서 보내야 한다.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러나 장결희의 마음가짐은 새롭다. 비로소 길었던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시즌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8월에는 수원컨티넨탈컵, 10월에는 FIFA 칠레 U-17 청소년월드컵이 열린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기회들이 적지 않다.

장결희 역시도 “빨리 경기에 뛰고 싶은 생각 밖에 없다. 징계가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스페인으로 돌아가면 개인훈련과 체력훈련을 병행하면서 새 시즌을 준비할 계획이다. 8월 수원컵과 10월 U-17 월드컵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마침 희소식도 있다. 그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지냈던 장결희는 현지 에이전트의 도움으로 4개월 전부터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장결희는 “심적으로 안정이 되고 편안하다. 한국 식당을 찾아다닐 필요 없이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밥을 먹을 수 있다. 너무 좋다”고 방긋 웃었다.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악조건 속에서도 그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속도는 더딜지언정 개인훈련 등을 통해 묵묵히 긴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냈다. 여기에 천부적인 그의 재능까지 더해지면 지난 3년여의 ‘공백’은 의외로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를 향한 걱정이나 우려의 시선을 거둬도 좋은 이유다.

장결희는 한 달여의 국내 휴가를 보내고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스페인으로 돌아갔다. 이제 그는 바르셀로나 후베닐B 혹은 A팀에 합류해 새 시즌을 맞이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나설 예정이다. 2016년 4월, 그동안 그의 발걸음을 더디게 만든 족쇄를 풀기 위한 카운트다운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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