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한때는 전국민적 역적이기도 했지만 이제 K리그, 아니 한국 축구 전체를 통틀어도 가장 ‘잘 나가는’ 선수가 된 주인공, 염기훈. 그가 경기 시작 13분 만에 부상으로 아웃되자 그 나비효과는 엄청났다.

수원은 26일 오후 7시 일본 히타치 가시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16강 2차전에서 2-1로 승리했지만 원정다득점 원칙에 의해 8강행이 좌절됐다.

지난 19일 홈에서 열린 16강 1차전을 2-3으로 패했던 수원은 이날 경기 2-1 승리에도 종합 스코어 4-4,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원정골 하나가 모자라 결국 8강 무대에서 볼 수 없게 됐다.

가장 뼈아팠던 것은 전반 8분 경 가시와의 오른쪽 풀백이자 한국 국가대표 수비수인 김창수와 충돌하며 갈비뼈 부상을 당한 염기훈의 유무였다. 염기훈은 고통을 참고 다시금 경기에 나서려고 했지만 더 큰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서정원 감독은 전반 13분 서정진과 교체 아웃시키며 팀의 핵심선수를 제외하는 선택을 내렸다.

이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염기훈이 누구인가. 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11경기 6골 6도움)인 것은 물론 ACL에서도 조별예선 베스트 11에 선정될 정도로 회춘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수원 공격의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선수다.

게다가 팀의 주장으로서 정신적 지주역할까지 하고 있는 그가 홈에서 열린 1차전을 2-3으로 패하며 탈락 벼랑 끝까지 온 팀에서 빠진다는 것은 수원 입장에서는 치명타 그 자체였다.

염기훈 없이도 수원은 이날 경기를 충분히 잘 풀어갔다. 더 간절하고, 더 공격적이었던 수원은 적지 한복판에서 승리를 따냈지만 원정골 하나가 부족해 8강행 티켓을 놓치고 말았다. 결국 경기를 잘 풀었음에도 ‘염기훈이 부상으로 이탈만 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이날 경기 후 서정원 감독은 염기훈이 조기 아웃당한 것에 대해 "축구는 어떻게 전개될 지 예측이 어렵다. 잘 될때도 안 될때도 있다. 물론, 염기훈이 다쳐서 아쉽다. 키플레이어인데 빠져서 아쉽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상대팀도 염기훈 부상이 미친 영향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시다 타츠마 감독은 “염기훈의 부상으로, 수원 전략의 헛점이 보인게 승리한 포인트”라고 언급한 것.

이날 염기훈이 조기 아웃당하면서 올 시즌 최고의 콤비네이션을 보이고 있는 정대세와의 호흡도 볼 수 없었다. 정대세는 이날 골을 넣은 것은 물론 모든 플레이에서 시즌 최고의 경기력으로 아시아 무대를 매혹시켰다. 그렇게 비상하는 그에게 염기훈이라는 ‘날개’가 있었다면 화룡정점이었을 것이다.

염기훈이 빠진 수원이 패하면서 2010년 이후 5년 만에 K리그 4팀 전원 8강행을 꿈꾼 것도 무산됐다. 전북이 이날 베이징과의 경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8강행에 성공했지만 수원은 종합 스코어 4-4 동률에도 원정다득점 원칙에 의해 눈물을 흘려야했다. 물론 염기훈으로 인해 수원이 떨어졌다는 단순한 결과가 도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건 염기훈의 현재는 승부의 추를 단번에 바꿔놓기에 충분한 카드였기에 그 카드를 써보지 못한채 거대한 나비효과의 역풍에 휩쓸린 수원은 아쉬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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