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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승부처가 되자 어김없이 그의 존재감이 빛났다. 권순태(31·전북현대)의 선방이 전북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을 이끌었다.

권순태는 26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각) 중국 노동자 경기장에서 열린 2015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선발 출전, 선방쇼를 펼치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덕분에 전북은 1·2차전 합계 1승 1무를 기록, 2011년 이후 4년 만에 8강 무대를 밟게 됐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이날 전북은 반드시 이기거나 2골 이상을 넣고 비겨야만 8강에 오를 수 있었다. 무실점만 거둬도 8강에 오를 수 있는 상대의 수비를 어떻게든 뚫어야 했다.

동시에 실점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했다. 자칫 실점을 내주면 치명타가 될 수도 있었다. 4만3천여 명의 홈팬들이 운집한 이날 경기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부담감은 더욱 컸다. 결국 두 팀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언제, 어느 팀이 0의 균형을 깨트리느냐가 최대 관건이었다.

그리고 후반 27분, 전북이 그 균형을 깼다. 이재성의 패스를 받은 에두가 골키퍼와의 일대일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을 터뜨렸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만든 값진 선제골이었다.

앞서 70여 분 동안 이어지던 두 팀의 상황도 급변했다. 전북은 무실점을 거두면 8강에 오를 수 있었고, 반대로 베이징은 골이 필요했다. 데얀 다미아노비치, 바타야, 하대성 등을 앞세운 베이징의 공세가 경기 막판 더욱 거셌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러나 8강행을 위한 전제조건을 충족시키자 어김없이 권순태의 존재감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는 1-0으로 앞서던 후반 30분 하대성의 슈팅을 선방해내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상대와의 충돌도 불사할 만큼의 투지도 선보였다.

백미는 후반 추가시간이었다. 하대성의 슈팅을 놀라운 순발력으로 막아낸 권순태는 이어진 바타야의 슈팅마저도 몸을 날려 쳐냈다. 특히 바타야의 슈팅을 막아낸 선방은 이날 두 팀의 운명을 갈랐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만큼 결정적이었다. 실제로 이 장면 직후 두 팀의 분위기 역시 극명하게 엇갈렸다. 승자와 패자도 나뉘었다.

경기 후 ‘적장’ 그레고리오 만사노 베이징 감독이 혀를 내두른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는 “우리(베이징)는 마지막까지 열심히 했다"면서도 "그러나 전북 골키퍼가 잘했다”고 말했다. 끝내 단 1골도 허락하지 않은 권순태를 향해 박수를 보낸 것이다.

결국 위기의 순간, 승부처에서 팀을 구해낸 권순태 덕분에 전북은 최근 2년 연속 16강에서 탈락했던 아픔을 털어냈다. 동시에 아시아 정상에 서겠다는 목표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

특히 그의 활약이 비단 이번 경기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 역시중요한 경기, 결정적인 승부처마다 결정적인 선방들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느덧 전북 특유의 '닥공'보다도 그의 존재감이 더 빛나기 시작했다. 정상을 향해 내딛기 시작한 전북의 발걸음도 무겁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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