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심판의 판정은 존중되어야한다. 오심이라할지라도. 심판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할 수 있기에 그래서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이 어느새 관용화 됐다. 그러나 그 판정하나로 우는 팬들과 감독, 선수들은 어떤 심정일까. 특히 축구처럼 득점이 거의 나지 않는 스포츠는 특히 골 판정에 대해서만큼은 오심이 없어져야하고 사람이 그럴 수 없다면 기계의 도움을 받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물론 EPL처럼 골라인 판독을 한다면 재정문제, 카메라문제 등 만만치 않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를 한국축구의 현실에 그대로 들여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래도 방법은 있다. 바로 한국야구리그인 KBO리그가 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16일 서울-전남전에서 나온 에벨톤의 헤딩슈팅 장면. 골라인을 넘지않아 골이 아니지만 오심으로 골로 인정됐다. TBS방송화면

KBO리그는 아웃, 홈런과 관련된 비디오 판독에 대한 건의가 높아지자 지난해 올스타전 이후부터 이를 도입했다. 물론 MLB처럼 구장에 개별적으로 설치된 카메라로 판독하는 ‘고급 비디오 판독’이 아닌 일반적인 TV중계화면을 이용해 판독하는 것이다.

처음엔 반발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해보니 이제 ‘비디오 판독 없었으면 어떻게 할 뻔했나’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시즌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도입된 합의 판정은 지난해 총 115회 중 47번이 번복됐다. 40.8%의 번복률로 수없이 많은 오심을 바꿔놨다.

물론 KBO리그는 전 경기가 생중계되며 수많은 카메라가 도입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현재 TV중계조차 보기 힘든 K리그의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잊지말아야할 것은 K리그는 TV중계는 안되더라도 포털사이트 등 많은 매체를 통해 생중계 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TV나 DMB등을 빼고는 절망적인 시청환경은 아니다.


개별 카메라를 통해 자체 비디오 판독을 하고 있는 MLB. ⓒAFPBBNews = News1

즉 이말은 K리그 경기에서 반드시 카메라가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카메라 숫자가 적어 리플레이조차 보여주지 못하는 현실도 있다. 그럼에도 일단 카메라가 있고 이 카메라를 이용해 오심을 방지할 수 있다. 야구처럼 득점상황만이 아닌 아웃판독까지 하는 사치는 못 누려도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득점 판독은 할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바로 여기가 포인트다. 물론 카메라를 항상 골대 쪽에 두지 않기에 분명 골라인판독은 쉽지 않다. 그러나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전남의 경기에서 전반 12분 에벨톤의 헤딩때처럼 리플레이 화면으로만 봐도 골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EPL처럼 돈은 못써도 기존에 있는 장비를 활용하는 KBO리그처럼 K리그도 결정적 오심을 방지할수 있다는 것이다.


EPL의 골라인 판독 시스템. EPL 중계화면

이날 경기 직후 전남의 노상래 감독은 말을 잇지 못했다. 경기 후 공식기자회견에서 심판의 판정에 대해 왈가왈부하면 안 되는 조항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떤 흐름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다운시켰다"고 말했다. 특히 '어떤 흐름'이란 단어를 4번이상 말할 정도로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만큼 오심은 완벽하게 경기 흐름을 바꿔놓았다.

물론 이 제도가 도입되면 경기가 조금 지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축구에서 골라인 판독을 해야하는 경우는 한 시즌에도 손에 꼽을 정도다.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면 최소한의 골라인 판독정도는 현재가지고 있는 시스템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어쩌면 이날 경기에서 서울도 피해자였다. 서울은 이후 2골이나 넣으며 3-0승리를 거뒀지만 ‘오심 때문에 이겼다’는 눈초리를 피하지 못했다. 서울 역시 정정당당하게 이길 권리를 받아야하고 전남도 마찬가지다. 선량한 피해자가 더 이상 나와선 안 된다면 기존에 있는 시스템을 활용하는 KBO리그의 선례를 분명 고려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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