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우리 수일이와 가람이가 달라졌어요.’

1년 전만 해도 제주의 ‘계륵’같은 존재였던 강수일과 윤빛가람이 어엿한 팀의 기둥으로 자리 잡자 신임 조성환 감독은 자연스레 싱글벙글이 됐다.

제주는 5일 오후 2시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9라운드에서 울산에 2-1 승리를 거두며 최근 홈 4연승으로 질주했다.

대단한 승리였다. 경기 시작 7분 만에 제파로프의 프리킥에 골을 허용할 때만 해도 어린이날을 맞아 경기장을 찾은 2만여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기나 했다. 하지만 후반 시작과 동시에 강수일이, 경기 종료 직전에는 윤빛가람이 골을 터뜨리며 제주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짜릿했던 역전극이었고 그 역전극의 주인공이 강수일과 윤빛가람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 깊었다.

사실 두 선수는 화려한 이름값에 비해 제주에서 큰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강수일은 2011시즌부터 제주에 몸을 담은 강수일은 ‘혼혈 선수’라는 주목도에 비해 부족한 골 결정력에 속을 썩여왔다. 2011~2013시즌까지 시즌당 리그 3골이 최다득점일 정도로 공격수로서는 부족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포항 임대 생활을 하며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고 지난해 12월에는 아시안컵을 앞둔 대표팀의 전지훈련 멤버로까지 소집되며 위상이 올라갔다.


강수일을 바꾼 포항 임대

임대 복귀한 올 시즌 제주에서는 벌써 리그 3골을 넣어 2012시즌 리그 32경기에서 넣었던 골 전부를 고작 8경기 만에 모두 넣었다. 무서운 상승세의 끝이 어디일지 가늠조차 안 되는 것.

조성환 감독도 “수일이가 포항에서 임대생활을 다녀온 후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다. 기량적인 면도 좋아졌다. 확실히 하고자 하는 의욕이 좋아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수일만큼이나 윤빛가람 역시 달라졌다. 윤빛가람은 한국 축구를 이끌어나갈 재목으로 17세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오죽하면 2007 U-17월드컵을 ‘윤빛가람과 아이들’이라고 불렀을 정도. 이후 2011 아시안컵에서 조광래 감독의 신임을 받으며 8강 이란전 연장 결승골을 넣는 등 승승장구 했던 윤빛가람은 성남을 거치며 기량이 급 하락했고 정신적인면과 태도에 큰 지적을 받아왔다.

U-17대표팀 시절 지도자였던 박경훈 감독 밑에서 부활하기 위해 2013시즌부터 제주에서 뛰고 있던 윤빛가람은 그럼에도 지난 시즌까지 크게 만족스러운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조성환 감독이 부임한 이후 올 시즌부터 확연히 달라졌고 그 이유는 본인의 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많이 풀고 있어요.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습니다. 코칭스태프와 감독님이 믿어준 것에 대해 감사하며 보답하려고 하고 있어요.”

계속 지적되어왔던 활동량에 대해서도 “물론 감독님께서도 지적하신다. 하지만 부담은 주시지 않으시고 나 역시 고치려고 하고 있다. 서서히 발전해가고 있고 보완하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올 시즌 윤빛가람은 일명 ‘대지를 가르는 패스’는 물론 울산전 극적인 결승 역전골을 넣는 등 다시금 2010, 2011년에 보여줬던 전성기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조성환 감독 역시 “윤빛가람은 생각적인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고 그것이 행동의 변화까지 이어졌다. 덕분에 좋은 경기를 했고 중요한 순간에 골까지 넣을 수 있었다. 결국 하고자 하는 의욕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두 선수를 얘기할 때 조성환 감독의 얼굴은 싱글벙글이었다. 조 감독 역시 올 시즌이 감독 새내기이기에 쉽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 계륵으로 취급되어 왔던 강수일과 윤빛가람이 살아나면서 자신의 지도력이 인정받는 것은 물론 팀 성적까지 잡을 수 있게 됐기에 그 기분 좋은 웃음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었다.

사진= 스포츠코리아, 프로축구연맹, 제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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