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현 기자] 드디어 유럽의 최강 4개팀이 가려졌다. 축구팬들에게 익숙한 전통의 강호들이 네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누가 우승을 차지해도 납득할만한 강팀들이지만 챔피언스리그의 '빅이어'(우승 트로피)를 손에 쥘 수 있는 팀은 단 한 팀이다.

‘별들의 전쟁’ 으로 불리는 2014~2015 유럽축구연맹(이하 UEFA) 챔피언스리그의 준준결승이22일과 23일(이하 한국시각) 이틀간 열린 8강 2차전을 끝으로 모두 끝났다. 준결승에 진출한 4개팀이 모두 가려진 가운데 스페인에서만 두 팀(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이 준결승에 올랐고 독일(바이에른 뮌헨)과 이탈리아(유벤투스)에서 각각 한 팀이 준결승에 진출했다.

전통의 강호 잉글랜드 클럽의 몰락

최근 치러진 10차례의 대회에서 세 차례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며 전성기를 맞았던 잉글랜드 클럽들은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6강전을 끝으로 모두 퇴장했다. 이번 시즌 총 4개팀이 출전했던 잉글랜드 클럽들 가운데 가장 먼저 유럽 무대에서 사라진 클럽은 리버풀이었다. 리버풀은 조별리그의 문턱조차 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남은 세 팀 아스널과 첼시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각각 16강에서 AS모나코,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 바르셀로나를 만났다. 지난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인 맨시티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2전 전패(합계 1-3) 하며 허무하게 무너졌다.

첼시는 프랑스의 신흥강호 PSG를 맞아 두 경기(1-1, 2-2) 모두 비겼지만, 잉글랜드 원정에서 두 골을 넣은 PSG가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8강에 진출했다.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아스널이었다. 역시 프랑스의 신흥 강호로 떠오른 AS모나코를 맞았지만 한 수 아래의 전력으로 평가받는 팀이었다. 1차전 홈경기에서 1-3 충격패를 당한 아스널은 모나코에서 치러진 2차전에서 뒤늦게 시동이 걸려 2-0으로 승리했지만 역시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8강 진출이 좌절됐다.

잉글랜드 클럽이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오르지 못한 것은 2012~2013시즌에 이어 최근 두 번째다. 심지어 이번 시즌은 챔피언스리그 보다 한 수 아래의 대회인 유로파리그에서도 잉글랜드 클럽의 부진이 이어지며 잉글랜드 클럽은 단 한 팀도 8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신흥 강호의 몰락

챔피언스리그 무대는 항상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팀들이 선전을 펼치며 그 재미를 더했다. 특히 가장 최근 열린 두 차례의 결승전에는 오랜 시간동안 유럽 무대에서 힘을 못썼던 신흥 강호들이 전통의 강호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미는 흥미로운 대진이 펼쳐졌다.(2013년 바이에른 뮌헨-도르트문트 2014년 레알 마드리드-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그러나 이번시즌에는 신흥 강호들의 반란을 결승전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신흥 강호의 선두 주자로 꼽히던 도르트문트는 16강전에서 유벤투스를 만나 제대로 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스코어 합계 1-5로 무너졌다. 첼시를 꺾으며 8강에 올랐던 프랑스의 PSG도 바르셀로나의 공격력 앞에 역시 합계 1-5로 무릎을 꿇었다.

2004년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역사상 최대 이변의 팀으로 기록된 포르투갈의 절대 강자 포르투는 홈에서 펼쳐진 8강 1차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맞아 3-1 승리를 거두며 돌풍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듯했으나 2차전을 맞아 정신무장을 단단히 했던 뮌헨에게 도리어 6골을 얻어맞고 한 골을 만회하는데 그쳐 합계 4-7로 무너졌다.

두 스페인 ‘거함’의 다른 듯 같은 행보

매 시즌 호화로운 선수진을 자랑하며 ‘별들의 집합소’로 불리는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와 유려한 패스 축구를 구사하며 전세계 축구 흐름을 뒤바꾼 FC바르셀로나는 예상대로 준결승에 올랐다.

숙명의 라이벌 관계로 유명한 레알과 바르셀로나는 모두 준결승 진출 이라는 같은 결과를 얻어냈지만 진출 과정만큼은 서로 판이하게 달랐다.

레알은 8강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아틀레티코)를 만나 1,2차전 합계 1-0으로 힘겹게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지난 15일 8강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던 레알은 23일 열린 8강 2차전에서 후반 43분에 터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27·멕시코)의 극적인 결승골로 준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지난 대회를 제패한 레알은 천신만고 끝에 준결승에 진출했다. 조별리그를 전승으로 통과한 레알은 16강에서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상대인 독일의 샬케04를 만났고 독일 원정을 떠난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를 거둘 때까지만 하더라도 레알의 8강 진출은 확실시됐다.

그러나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샬케와 난타전을 벌인 끝에 3-4로 패하며 골 득실차로 8강에 올라 ‘무적’에 가까웠던 지난 시즌과 달리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가까스로 오른 8강에서도 레알은 이번 시즌 상대 전적에서 절대 열세(3무 4패)를 보였던 ‘지역 라이벌’ 아틀레티코를 만나 전반적으로 고전했다. 경기를 주도 했음에도 득점을 올리지 못하며 아쉬움을 샀지만 에르난데스의 결승골로 준결승전 앞에 놓였던 가장 큰 산을 넘었다.

한편 바르셀로나는 우여곡절 끝에 오른 ‘라이벌’ 레알과는 달리 준결승까지 리오넬 메시(29·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주축 선수들의 활약으로 쾌속 질주를 이어갔다.

조별리그를 5승1패로 마무리한 바르셀로나는 토너먼트 경기에서 유럽의 신흥 강호들로 불리는 팀들을 상대해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16강에서는 잉글랜드의 신흥 강자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만나 경기력 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며 1,2차전 합계 3-1로 승리했다. 점수 차는 크게 나지 않지만 맨시티 골키퍼의 선방이 없었다면 더 많은 득점이 가능했다.

8강에서는 프랑스의 신흥 강자 파리 생제르맹(PSG)을 만나 1차전부터 3골을 몰아치는 맹공을 펼친 끝에 1,2차전 합계 5-1로 승리하며 손쉽게 준결승까지 올랐다. 특히 메시를 보좌하는 루이스 수아레스(28·우루과이)와 네이마르(23·브라질)의 활약이 빛났다.

현재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는 두 팀이다. 바르셀로나가 승점 78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고, 레알은 승점 76점으로 바짝 뒤쫓고 있어 한 경기 결과만으로도 순위가 바뀔 수 있다. 리그뿐 만 아니라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긴장감 넘치는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이탈리아 리그 챔피언의 고군분투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이미 자국 리그 우승을 목전에 둔 바이에른 뮌헨과 유벤투스는 유럽 무대에서 부진한 자국의 다른 팀들을 대신해 자국 축구의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와 이탈리아의 세리에A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나란히 세 팀을 출전시켰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나폴리의 플레이오프 탈락으로 두 팀만 본선무대에 참가했다. 하지만 뮌헨과 유벤투스를 제외하고 나머지 팀들은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독일의 샬케와 손흥민(23)의 소속팀 레버쿠젠은 각각 16강에서 ‘마드리드의 두 거인’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를 맞아 일찌감치 유럽 무대를 떠나야했다.

이탈리아의 AS로마는 조별리그에서 뮌헨과 맨시티라는 두 강호와 한 조에 속해 16강 진출에도 실패했다.

홀로 남겨진 뮌헨과 유벤투스는 각각 ‘뒤집기의 명수’와 ‘짠물 수비’라는 별칭을 얻어내며 토너먼트 일정에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갔다.

뮌헨은 16강전에서 ‘숨겨진 복병’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를 만나 원정 1차전에서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다소 불안함을 노출했다. 그러나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7-0이라는 경이적인 스코어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뮌헨의 ‘2차전 반전 매력’은 8강전에서 더욱 발휘됐다. 포르투와의 원정 1차전 경기에서 1-3으로 패한 뮌헨은 8강 탈락이 유력해보였으나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선보이며 6-1 대승을 거두는데 성공하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따라서 원정 경기에서도 홈경기에서 보여주는 놀라운 집중력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준결승의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10경기에서 5실점만 허용한 유벤투스는 과거 ‘빗장 수비’로 유명세를 탄 자국 축구의 명성을 다시 한 번 잇고 있다. 특히 16강과 8강전을 4경기를 통틀어 단 한 골만 허용했다는 점은 유벤투스의 ‘짠물 수비’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최소 실점 클럽인 유벤투스의 수비력이 준결승에서도 제 실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그러나 8강전에서도 드러났듯 상대적으로 저조한 득점력이 유벤투스의 발목을 잡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

전통의 강호들이 진검승부를 펼칠 준결승전 대진은 24일 추첨을 통해 발표되며 오는 5월 5,6일 이틀에 걸쳐 준결승 1차전이 열린다. 대망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6월6일 독일 베를린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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