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파주=이재호 기자] “팬들도 전설을 떠나보내는 법을 알아야한다. 팬들도 이날 경기에서 그에 맞는 합당한 박수를 보내주길 바란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직접 그를 ‘전설’이라고 지칭했다. 그만큼 차두리(35·FC서울)는 어느새 한국축구사의 전설이 됐다. 그리고 부침을 겪고 있는 후배 지동원에게는 따뜻한 조언을 해주는 현역 선배다. 이방인조차 ‘전설’로 부르고 있는 그가 31일 끝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놓는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30일 오후 4시 파주 트레이닝센터(NFC)에서 31일 뉴질랜드전을 앞두고 최종훈련에 들어갔다. 훈련 전 슈틸리케 감독은 취재진 앞에서 뉴질랜드전에 나서는 각오를 밝혔다.

뉴질랜드전은 A매치로 의의가 있긴 하지만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차두리의 은퇴식이 함께 진행된다는 점이다. 차두리는 단순히 은퇴식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선발 출전해 은퇴경기도 치른다.

슈틸리케는 차두리의 은퇴경기에 대해 "한국에서 전설적인 선수들이 은퇴를 할 때 은퇴식을 많이 한 것 같다. 은퇴경기가 더 의미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준비를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팬들도 전설을 떠나보내는 법을 알아야한다. 팬들도 이날 경기에서 그에 맞는 합당한 박수를 보내주길 바란다"고 축구팬들의 성원도 부탁했다.

한국축구를 아직 1년도 경험해보지 않은 ‘이방인’ 슈틸리케 감독조차 대번에 차두리를 전설로 인정했다. 그만큼 차두리는 데뷔와 동시에 한국축구사의 굵직굵직한 역사(2002 한일월드컵 4강,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 2015 아시안컵 준우승)를 주역으로서 관통해온 우리들의 ‘전설’이다.

아직 그를 ‘전설’로 부르기에 어색했던 이유는 차두리가 현재 FC서울에서 뛰고 있는 현역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몇 년간 부침을 겪고 있는 후배 지동원에게도 따뜻한 말을 건네는 고마운 선배였다.

지동원은 “(차)두리 형은 대표팀 안팎에서 늘 활력소 같았던 존재다. 대표팀에서 떠나면 많이 아쉬울 것 같다"면서 "대신 떠나는 두리 형을 위해 꼭 승리를 선물로 하고 싶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지동원은 차두리로부터 받았던 애정 어린 조언도 소개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선수로서 잘 했을 때도 있고, 못했을 때도 있었다"면서 "그때 두리 형이 나에게 '커리어를 길게 봐라.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신경 쓰지 말라'고 조언해줬다. 이 한 마디는 늘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차두리는 후배를 끌어주는 선배로서, 팬들에게는 즐거움과 가슴 뻥 뚫리는 돌파를 선보이는 화끈한 선수로 우리 곁에 전설이 됐다. 그리고 그런 그가 이제 31일 뉴질랜드전을 끝으로 태극마크가 박힌 빨간 유니폼을 벗게 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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