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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교체 투입 38초 만에 퇴장'.

조롱거리가 되기 충분했다. 아니 좀 더 혹독하게 말하면 그가 경기를 망쳤다고 봐도 무방했다. 전 세계는 그의 멍청한 행동에 비난을 퍼부었고 화려한 축구 경력에서 마지막 라이벌전에서 저지른 끔찍한 실수에 쥐구멍에 숨고 싶을 심정일 것이다.

이쯤 되면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거나, 아니면 아예 입을 닫을 수도 있고, 그도 저도 안돼 정히 얘기할 상황이라면 변명하며 자신을 방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티븐 제라드의 선택은 달랐다. 변명 없이 진심 어린 사과를 했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깨끗하게 인정했다. 가장 어려운 방법이고 힘든 선택이지만 제라드는 정면돌파를 택했고 그의 변명 없는 사과는 역설적으로 왜 그가 위대한 선수인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기 충분하다.

제라드는 23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14~201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와의 경기에 팀이 0-1로 뒤진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됐다. 그러나 교체 투입 38초 만에 제라드는 상대 미드필더 안데르 에레라의 발을 밟는 비신사적인 행위로 그대로 퇴장을 당했다.

물론 먼저 에레라가 거친 태클을 해 화가 날만도 했지만 제라드는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에레라의 발을 밟아버리는 해서는 안 될 '위험한 반칙+보복 행위'를 콤보로 해버렸다. 그가 퇴장당하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팀이 홈에서 0-1로 최대의 라이벌에게 지고 있는 상황에서 팀의 정신적 지주가 들어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제라드는 이 기대와 정확히 대척점에 있는 행동으로 리버풀 팬들을 실망시켰다. 올 시즌을 끝으로 리버풀을 떠나는 것이 확정된 제라드 입장에서는 이번 맨유전이 사실상 리버풀 유니폼입고 뛰는 마지막 '레즈더비'이기에 더욱 아쉬움은 컸다.

제라드는 그간 2004~2005 UEFA챔피언스리그에서의 활약, 2005~2006 FA컵 결승전에서의 기적 같은 골 등 리버풀 영광의 순간에 항상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와 반대로 2013~2014시즌 첼시전 어이없는 패스 미스로 팀 첫 EPL 우승을 놓친 순간, 2014 브라질 월드컵 우루과이전 헤딩 패스 실수 등 영광의 순간만큼이나 뼈아픈 실책의 장면도 많았다.

이처럼 영광과 좌절 모두를 맛봤기에 제라드는 잘못에 대한 대처를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었다. 제라드는 팀이 1-2로 진 경기 직후 인터뷰 요청에 피하지 않은채 담담히, 그리고 변명없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전 그 판정을 받아들여야하며, 제 생각에도 그 판정은 옳다고 생각합니다. 전 팀동료들과 감독님을 실망시켰습니다. 그보다는 팬들을 실망시키기도 했습니다. 전 제가 한 행동에 전적으로 책임을 질 것입니다. 에레라의 태클에 점프로 피하려했지만 그의 스터드(축구화 밑)를 본 순간 잘못된 행동을 하고 말았죠. 전 그런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정도로 오래 축구를 해왔습니다. 전적으로 제 책임입니다."

물론 이 솔직한 사과 인터뷰에도 제라드에 대한 비난 여론은 끊이질 않고 있다. 그만큼 이번 실수는 제라드의 축구인생에서도 큰 오점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변명 없이 털어놓는 모습은 분명 인상적인 모습이다.

제라드 정도의 명성과 '전설급' 활약을 해왔던 선수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함구를 하거나 방어를 하는 방법, 혹은 상대를 비난하거나 심판을 탓하는 방법도 충분히 택할 수 있고 그렇게 한다고 해도 그를 따르는 팬덤이 워낙 크기에 충분히 옹호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는 '변명 없는 사과'를 택했고 그것은 크나큰 용기가 필요한 미덕이다.

그는 분명 잘못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솔직히 사과했다. 그러나 이 단순하고 당연한 과정들을 보기 힘든 스포츠계와 사회에서 제라드가 보여준 사과는 단순한 사과를 넘어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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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5/03/23 15:38:24   수정시간 : 2015/03/23 17: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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