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는 인스포코리아의 임근혁 과장이 현지에서 느낀 터키 축구의 현실과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터키는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지점에 자리 잡고 있는 나라이다. 과거 고구려와 형제의 연을 맺었다는 돌궐(투르크)족이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마지막으로 자리 잡은 곳이 현재 터키이며, 그로 인해 형제의 나라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다양한 문화와 민족이 혼재해 있는 나라이다.

특히 터키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은 보아지치(Bogazici·영어명 보스포러스 Bosphorus)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으며, 터키 축구리그 최고의 팀인 수페르리그 소속 5개팀이나 활동하고 있는 터키 축구의 중심지이다.

터키는 영토의 97%가 아시아 대륙에 속해 있지만, 유럽축구연맹(UEFA)에 소속되어 있는 유럽 축구 시장이다. 국경이 맞닿아 있는 그리스, 불가리아를 비롯한 동유럽 축구와 이란, 이라크의 중동 축구가 터키를 중심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임근혁 과장, 윤기영 대표이사, 귀네슈 감독

다양한 문화가 교류하는 터키의 지리적 특징처럼 터키 축구계는 줄곧 외국인 선수에게 개방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과거에는 외국인 선수 등록은 무제한으로 18명 출전 선수 명단에는 8명, 경기장에는 6명이 동시에 출전할 수 있었다.

유럽 대항전 단골손님이었던 이스탄불 3강인 페네르바체, 갈라타사라이, 베식타스는 외국인 선수를 12명 이상 보유하며, 외국인 선수 출전이 더 자유로운 유럽 대항전에서 강인한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이 팀들의 열광적인 팬들로 인해 ‘지옥의 이스탄불 원정’으로 불릴 정도로 원정팀에게는 상당히 까다로운 상대가 바로 터키 축구였다.


열정적인 터키 축구팬들의 모습

2002년 세놀 귀네슈 감독이 터키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 3위에 올랐고, 2008년 파티 테림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놀라운 역전승을 거듭하며 유로대회 4강에 진출했다. 이처럼 터키 축구의 전성기는 강력했다. 그러나 2010월드컵, 유로2012, 2014월드컵 본선 진출에 연거푸 실패하면서 터키 축구는 위기에 빠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전격 영입하기도 했지만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귀네슈 감독과 함께 터키 감독 양대 산맥을 이루던 유로2008의 주역 파티 테림 갈라타사라이 감독을 대표팀으로 복귀시키게 된다. 그러나 유로2016 예선에서도 부진을 거듭하면서 자국 선수의 육성과 경기력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올 시즌을 앞두고 터키 축구계는 큰 변화를 가지게 된다. 기존의 제한 없던 외국인 선수 등록 규정이 수페르 리그 팀당 8명으로 결정되면서 기존 8명을 초과해 외국인 선수를 보유했던 구단들은 다가오는 리그에 등록할 수 없는 외국인 선수들을 방출하기 위해 분주했다.

또 팀에 새롭게 부임한 감독들은 기존 외국인 선수들을 내보내지 못해 자신이 원하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지 못하는 일대 혼란을 겪었다. 외국인 선수 등록 제한 규정의 신설에는 자국 선수들의 꾸준한 출장과 자국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이 근간에 있었다.

지난 1월 터키축구협회장의 발표 - 터키 축구가 나아갈 길

지난 1월 5일 터키축구협회(TFF)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게 된다. 이 자리에는 터키축구협회장과 이사들이 자리해 전 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발표를 한다. ‘14+14’. 즉, 다음 시즌부터 28명의 등록 엔트리에 자국 선수 14명과 외국인 선수 14명을 등록시킬 수 있게 한다는 발표였다. 불과 6개월 전에 외국인 선수 등록 쿼터를 8명으로 줄인다고 발표했는데 그 말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규정의 내용을 살펴보면 더 파격적이란 것을 알 수 있다. 18명의 경기 엔트리를 11명의 외국인 선수와 7명의 자국 선수를 선택할 수 있고, 11명의 외국인 선수 모두 동시에 출전이 가능하다. 즉 이론적으로는 경기장에서 뛰는 22명의 선수 모두가 외국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자국 선수 14명 명단 중에서 2명은 그 클럽이 키운 선수, 4명은 터키에서 자란 선수들을 의무적으로 넣게 해 자국 선수를 보호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 규정의 바탕에는 터키 축구의 최근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수페르 리그 클럽들은 연령별 유소년 팀의 리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로 A팀에 자리 잡고 있는 클럽 출신 선수는 1, 2명도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300만 명에 달하는 독일 이주 터키인들의 2, 3세대들이 독일에서 유소년 선수 시절을 보내고 프로 데뷔 무렵 터키 리그로 넘어오기 시작하면서 터키 현지에서 성장한 선수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빅리그’ 축구를 선호하는 터키 축구 문화로 인해 자국 유소년을 키우기 보다는 막대한 이적료를 지불하고 독일에서 활동하는 터키 국적 선수를 데리고 오는 것에 열중하는 것이 최근 터키 축구의 모습이었다.


터키 최고의 라이벌 경기인 갈라타사라이와 페네르바체의 경기

불과 6개월 만에 정책의 방향을 폐쇄에서 개방으로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경기력 저하와 관중의 감소를 들 수 있겠다. 2시즌 연속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을 통과하며 8강, 16강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던 갈라타사라이는 이번 시즌 조별 예선에서 무기력하게 탈락했다. 베식타쉬도 챔피언스리그 3차 예선에서 탈락 후 유로파리그로 떨어졌으며, 부르사스포르는 유로파리그에서 초반에 탈락, 트라브존스포로 역시 얼마 버티지 못하고 대회를 떠났다.

승부조작 징계로 인해 지난 시즌 우승팀인 페네르바체가 유럽대항전에 나가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충격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부진한 경기력은 리그 경기에서도 나타났다. 리그 내 빅클럽들의 경기력이 눈에 띄게 저하됐다는 평가들이 많았고, 기존에 볼 수 없던 경기장의 빈자리들이 늘어가면서 그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개방과 도전을 선택한 것에는 터키인들의 도전 정신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터키는 예로부터 동서양 문화의 주요 통로였고, 그들이 닫고 싶다고 해서 그것이 가능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교류하면서 더 발전하고 이익을 얻었던 경험이 있다. 잠시나마 외부에 대한 두려움을 가졌지만 곧 그 방향을 다시 잡을 용기와 과감성이 있는 터키인들이다.


지난해 11월 A매치의 터키 대표팀 모습

다가올 2015~16시즌 터키 리그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면서도 좋은 방향으로의 기대감이 생긴다. 축구에 대한 팬들의 사랑과 열정은 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터키에서 최고의 경쟁을 펼치게 될 세계 각국의 선수들과 그들과의 경쟁 속에서 더욱 발전해 나갈 투르크 전사들의 미래를 그려본다. 인스포코리아 대표이사 kyyoon68@hanmail.net

사진제공=인스포코리아,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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