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감독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축구’를 하는 소신 있는 축구철학이다. 그런 면에서 설기현(36)은 분명 감독으로서 기대되는 재목이다. 비록 명확하지 않은 현재로 인해 질척거리는 부분이 없지는 않으나 그가 은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포부를 통해 그의 미래는 선수생활 그 이상의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4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는 설기현의 은퇴식이 열렸다. 설기현은 선수생활을 마치고 곧바로 성균관대 감독으로 취임한다.

그의 은퇴소식이 전해진 것은 3일. 9일 시작하는 시즌을 6일 남겨둔 시점에서 알려졌기에 팬들과 팀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설기현 역시 의식했는지 “사정이 어찌됐든 매끄럽지 못한 점 죄송하다. 앞으로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설기현은 겨우내 인천의 모든 전지훈련을 소화했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 케빈 역시 “설기현과의 호흡이 기대된다”고 밝힐 정도로 여전히 인천의 전력 구상에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그의 은퇴에 인천 측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여론이 있었다.

설기현은 “사실 내가 인천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다”며 웃은 뒤 “나 역시 갑자기 은퇴를 하게 돼 당황스러운 면이 있지만 저를 아시는 분들은 알고 있겠지만 항상 지도자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한 선택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가 밝힌 은퇴 이유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신만의 축구’에 대한 갈구였다. 설기현은 “인천 유나이티드에 오면서부터 은퇴할 수 있겠다는 생각했다. 지도자에 대해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래에 대해 고민하면서 ‘나는 항상 지도자를 시작하면 감독부터 시작할 것이다’고 생각해왔다”며 “그렇다면 감독으로 제안이 오는 팀은 대학팀일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 생각과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균관대 측에서 좋은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하고 싶은 축구가 분명히 있다. 코치로서 시작하면 원하는 축구를 하는데 방해가 될 것이라고 봤다. 그래서 감독부터 시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 내내 ‘자신이 원하는 축구’가 분명히 있음을 밝혔다. 그것이 어떤 축구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선수생활 내내 가슴 속에 자신이 생각하는 축구에 대한 갈망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설기현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던 선수생활 그 이상으로 지도자로서 성공을 거둘 것임을 다짐했다. 또한 선수생활 때도 그랬듯 꼭 한국만이 아닌 외국에서도 인정받는 지도자가 되고 싶은 꿈을 조심스레 드러내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통해 그가 어떤 지도자 생활을 꿈꾸고 있는지, 그리고 바라는 지도자는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었다.

“선수생활을 할 때 독일, 영국리그에서 모두 뛰고 싶었는데 그 것과 같은 마음입니다. 감독으로서 해외로 진출해 그 국가의 프로팀이나 대표팀 감독을 맡고자 하는 꿈이 있습니다. 비록 그 꿈이 너무 커서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꿈을 가지고 있으면 그에 조금씩 가까워지며 지도자로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도자로서 선수 때 이상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자리에 있더라도 만족하지 않고 노력하는 지도자가 되겠습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