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12위 에버튼, 유로파 16강 가볍게 진출
2015년 리그 무패 리버풀, 승부차기 패배로 탈락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현 기자]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올 시즌 오랜만에 유럽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지역 라이벌' 리버풀과 에버튼에게 위의 속담은 무의미한 것 같다.

27일(이하 한국시각) 나란히 2014~2015 유로파리그 32강 토너먼트 2차전을 치른 에버튼과 리버풀의 명암이 엇갈렸다. 흥미롭게도 자국 리그에서 부진을 거듭했던 팀은 다음 단계로 진출했고 자국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던 다른 한 팀은 탈락했다.

▶'금요일 금요일엔 에버튼'

에버튼은 지난 시즌 로베르토 마르티네즈(42·스페인) 신임 감독의 지휘 아래 프리미어리그 5위를 기록했다. 에버튼은 지난 시즌 승점 72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에버튼이 한 시즌 동안 얻은 역대 최다 승점이다. 지난 시즌의 여세를 몰아 2014~2015시즌을 야심차게 시작했던 에버튼은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저조한 성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새해들어 부진 탈출의 믿음이 있었지만 정규리그 7경기에서 1승4무2패를 기록하며 좀처럼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들어 현지 언론들을 통해 팀내 주요선수들인 로멜루 루카쿠(22·벨기에)와 케빈 미랄라스(28·벨기에)의 이적설이 수차례 보도되며 분위기는 땅에 떨어졌다.

하지만 리그에서의 부진과 달리 한국 시각으로 매주 금요일에 이어지는 에버튼의 유럽 도전기는 막힘없이 진행 중이다.

에버튼은 유로파리그 64강 조별 리그에서 3승2무1패로 32강 토너먼트에 합류했다. 물론 에버튼이 상대한 팀들은 리버풀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상대한 팀들에 비해 전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에버튼은 현재 독일 분데스리가에 2위에 올라선 볼프스부르크와 유럽대항전 경험이 풍부한 릴OSC(프랑스)와 한 조에 묶였음에도 불구하고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에버튼은 볼프스부르크와의 총 2차례의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또한 에버튼이 올 시즌 유럽대항전에서 기록한 1패는 조 1위를 확정지은 상태에서 당한 패배라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게다가 20일과 27일, 2주간 두 차례 펼쳐진 2014~2015 유로파리그 32강 토너먼트에서 스위스의 BSC 영보이스를 합계 7-2의 큰 점수차로 누르고 16강에 올랐다. 특히 리그에서는 부진해도 유로파리그만 만나면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는 루카쿠의 활약이 돋보인다.

그는 자국리그에서 총 25경기에 출전해 7골 밖에 득점하지 못했지만 유로파리그에서는 총 7경기에 출전해 6골을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했다. 루카쿠는 27일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구디슨파크에서 열린 영보이스와의 2014~2015 유로파리그 32강 2차전에서도 2골을 몰아치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리그 보다 유로파리그가 더 편한 에버튼은 추첨을 통해 16강 상대를 정하게 된다. 또한 다음달 1일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프리미어리그의 강호 아스날을 만나 2014~2015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를 진행한다. 유로파리그의 여세를 몰아 자국리그에서도 순위상승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리버풀, '우린 리그에서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지난 시즌 아쉽게 프리미어리그 준우승에 그친 리버풀이었지만 자국리그 2위의 자격으로 5년 만의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브렌단 로저스(42·잉글랜드) 감독은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올 시즌 리그우승을 목표로 많은 선수들을 영입했다. 리버풀은 준우승을 경험한 선수들과 새롭게 들어온 선수들의 조화를 통해 우승권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2014년 리버풀이 걸어간 길은 험난한 가시밭길이었다. 마리오 발로텔리(24·이탈리아)를 비롯한 새로운 선수들은 영국 무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많은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비교적 좋은 조편성을 받았던 유럽무대에서도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결국 32강 B조 조별리그에서 3위를 기록한 리버풀은 유로파리그 32강 토너먼트로 발길을 돌렸다.

지역라이벌 에버튼과 같이 침울한 2015년을 맞이했던 리버풀은 새해 들어 자신들의 상황을 반전시켰다. 리그 7경기에서 5승 2무를 거둔 리버풀은 리그에서 패배를 모르는 팀으로 변모했다.

리그 뿐만 아니라 유로파리그에서도 승리를 거두며 기대를 모았다. 32강 토너먼트 1차전에서 베식타스(터키)를 상대해 1-0으로 승리했던 리버풀은 16강 진출은 물론, 내친김에 우승을 바라보기까지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리버풀은 터키에서 자신들의 마지막 유럽대항전을 맞이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리버풀은 27일 이스탄불에 위치한 이노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2015유로파리그 32강 토너먼트 2차전에서 베식타스에게 0-1로 패했다. 상대전적과 득점이 동일해 연장전까지 이어진 승부는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다.

운명은 리버풀을 외면했다. 리버풀의 다섯 번째 키커인 데얀 로브렌(26·크로아티아)이 허공으로 공을 날리며 승부차기 결과 4-5로 패배했다. 로브렌의 실축과 함께 유로파리그에서 명예회복을 노리고자 했던 리버풀의 계획은 산산 조각났다. 본의 아니게 지난 5년처럼 또 다시 리그에만 집중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유럽대항전을 조기에 마감한 리버풀이 참여하는 대회는 이제 단 두 개뿐이다. FA컵과 프리미어리그만이 남아있다. 리그 순위 6위를 기록 중인 리버풀이 현실적으로 우승을 노려볼 만한 대회는 FA컵 뿐이다. 리버풀은 다음 달 9일 홈구장에서 블랙번과 FA컵 16강전을 갖는다. 이 경기 승리를 통해 FA컵 우승에 대한 희망을 이어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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