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한때 ‘미완의 대기’라고 여겨졌던 알바로 모라타마저 터졌다. 유벤투스(이탈리아)로 이적하자마자 7골(리그 6골+챔피언스리그 1골)을 넣으며 팀의 주축 공격수로 거듭나고 있다. 그 역시 레알 마드리드 탈출 후 ‘더 로맨틱하게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간 '탈 레알' 선배들의 행보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모라타는 25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열린 2014~2015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도르트문트(독일)와의 16강 1차전에서 1골 1도움의 맹활약으로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왼쪽부터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 후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간 모라타, 캄비아소, 스나이더, 로벤

경기 내내 뛰어난 공격력을 선보인 모라타는 경기 내내 부진한 상대팀 공격수인 치로 임모빌레와 정반대되는 활약으로 더욱 돋보였다.

모라타는 올 시즌을 앞두고 2008년부터 유스팀에서 몸담았던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이적료는 2,000만유로(약 250억원). 이미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그에서 교체 출전이 압도적이었음에도(리그 23경기 출전 중 20경기가 교체 출전) 8골을 넣는 맹활약을 펼쳤지만 카림 벤제마가 버티는 최전방 공격수 자리를 뚫지 못한 채 출전시간 확보를 위해 유벤투스를 택했다.

물론 올 시즌도 교체출전이 많긴 하지만(리그 19경기 출전 중 13경기 교체 출전) 서서히 선발 출전을 늘리며 기회를 줬을 때 놓치지 않는 승부사 기질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마치 에스테반 캄비아소, 웨슬리 스나이더, 아르연 로벤과 같이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 후에야 기량이 더욱 만개했던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

수비형 미드필더 캄비아소는 2002~2004년까지 두 시즌간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당시 갈락티코 정책을 고수하던 팀과 다소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출전시간 조차 넉넉지 못했다. 이에 2004~2005시즌을 앞두고 이탈리아의 인터 밀란으로 이적했고 이후 거의 매시즌 40경기 이상을 나오는 주전 멤버로 맹활약했다.

인터 밀란에서 맹활약한 캄비아소는 감독들이 좋아하고, 선수들이 인정하는 선수로 거듭났고 단순한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벗어나 경기자체를 지배하는 선수로 재탄생해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해냈다. 캄비아소 이적 이후 수비형 미드필더 문제로 골치 아파하던 레알 마드리드를 보고 많은 이들이 ‘캄비아소를 왜 보냈느냐’고 혀를 찬 것도 그의 이후 활약상 때문이다.


왼쪽부터 캄비아소, 스나이더, 로벤, 모라타의 레알 마드리드 시절 모습

캄비아소와 마찬가지로 레알 마드리드에서 인터 밀란으로 떠나 성공한 경우는 한명 더 있다. 바로 웨슬리 스나이더. 2007년 아약스(네덜란드)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호기롭게 이적했던 스나이더는 첫 시즌 맹활약(리그 9골)에도 다음 시즌부터 서서히 출전기회가 적어졌다.

이에 아약스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갈 때 이적료의 거의 반값에 가까운 1,500만 유로라는 헐값에 인터 밀란으로 쫓겨나듯 떠나야 했다. 하지만 인터 밀란에 절치부심한 스나이더는 2010년 인터 밀란을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인도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결승전 MVP 등을 수상했다. 당시 그가 발롱도르 최종 3인후보에서 탈락하자 전 세계 여론이 들끓었을 정도로 그는 2010년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스나이더와 동향인 로벤 역시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자 발롱도르 4위까지 들어갈 정도로 더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로벤 역시 2007시즌을 앞두고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2시즌간 뛰었지만 잦은 부상으로 큰 활약을 하지 못한 채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야 했다.

그러나 로벤을 영입한 바이에른 뮌헨은 다시금 독일을 넘어 세계 최고 클럽의 아성을 되찾았고 2012~2013시즌 유럽 챔피언에 올랐다. 로벤은 당연히 팀의 주축으로 맹활약했고 이후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도 브론즈볼(우수선수상 3위), 발롱도르 4위까지 오르며 성공시대를 열었다.


2014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4위를 차지한 로벤(오른쪽)

이처럼 많은 선수들이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고 나면 도리어 더 성공적인 행보를 선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기본적으로 그 선수들이 기량이 뛰어난 선수였기 때문이다. 매우 당연한 얘기지만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레알 마드리드는 당연히 최고의 선수만 영입한다. 그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들은 최고 실력의 선수였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잘하는 선수였기에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서도 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잘했던 선수들은 조금 더 잘하는 선수가 있으면 빛을 잃기 마련이다. 캄비아소는 지네딘 지단, 루이스 피구 등에 가렸고, 스나이더, 로벤 등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가렸다. 모라타 역시 가레스 베일과 벤제마 등에 가렸다.

하지만 그들이 떠난 팀에서는 자신들이 주축이 될 수 있었다. 선수 입장에서 팀이 자신을 위주로 돌아가거나 혹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 가뜩이나 능력 있던 선수들이 더욱 잘하기 마련이다.

또한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라는 부담감 가득한 타이틀을 떨쳐버린 것도 그들의 이후에 로맨틱하고 성공적인 행보를 설명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물론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 선수 중에 실패한 선수도 있고 떠난다고 해서 다 성공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발롱도르 후보에까지 오르거나 팀 최고의 선수로 거듭난 것이 워낙 인상 깊었기에 그 모습은 뇌리에 강렬히 박혀있다. 과연 모라타는 ‘탈 레알 마드리드 선배들’이 그랬듯 향후 로맨틱하고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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