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처음부터 말이 많았다. 뇌물 수수 혐의는 물론 석연찮은 투표 과정까지 시작부터 많은 문제를 드러냈던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이제 사상 초유의 12월 개최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1월도 아닌 12월에 월드컵이 개최된다면 세계 축구계는 근간이 뒤바뀔 정도로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2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카타르 월드컵의 겨울 개최 가능성을 검토하는 실무 회의가 열린다고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실상 이번 회의는 카타르 월드컵의 겨울 개최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이것이 실현됐을 때 따를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해 의논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6월초에 시작해 7월초에 종료됐던 월드컵 일정은 사상 초유의 겨울 월드컵이라는 현실에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원래 월드컵은 6월에 열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카타르의 현지 기온은 6, 7월 40도에 육박해 일정 변경이 불가피하다. 기존에 제시된 1~2월 개최는 동계 올림픽과 시기가 겹쳐 불발될 것으로 보여 11~12월 개최가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는 것.

만약 겨울 월드컵이 현실화 된다면 그 영향은 세계 최고의 글로벌 스포츠인 축구에 큰 파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1월 개최안이었다면 소위 춘추제(봄에 시작해 가을 안에 끝나는 일정)를 적용 중인 아시아와 남미 리그 등은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휴식을 취하는 ‘비시즌 기간’에 월드컵이 열리기 때문.

그러나 11월이나 12월 개최는 사정이 다르다. 단적으로 K리그는 시즌을 현재보다 더 긴박하게 운영하거나 2월 개막 혹은 여름 휴식기 제외, 경기수 단축 등 여러 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12월에 개막할 경우 리그를 월드컵 개막 최소 2주전에는 끝내야 하기 때문에 11월 중순에는 리그를 마쳐야 한다.

이처럼 춘추제를 채택한 리그도 타격을 입지만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역시 추춘제(가을에 시작해 봄 안에 시즌을 끝내는 일정)를 채택하고 있는 유럽리그다. 사실상 축구계의 중심인 유럽리그가 이번 카타르 월드컵의 겨울 개최에 큰 반대를 할 것은 당연지사. 특히 겨울이 더 바쁜 잉글랜드와 스페인 등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겨울에 월드컵이 열린다면 추춘제인 리그는 시즌이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시즌을 중단해야하는 사태를 맞게 된다. 가뜩이나 빡빡한 유럽리그의 일정상 시즌 중 1~2개월의 공백은 시즌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다소 무더운 여름인 6월이나 7월에 시즌을 시작해야만 하고 독일 분데스리가처럼 12월 중순부터 1월말까지 휴식기를 가지던 리그 역시 추운 1월에 리그를 강행해야할 가능성이 높다. 즉,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무더운 여름 혹은 추운 겨울에 축구를 봐야하는 팬들과 경기를 뛰어야하는 선수들에게 피해는 고스란히 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7년 후의 일이고, 고작 한번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카타르 월드컵은 시작부터 삐걱댄 것도 모자라 일정변경이라는 축구계의 근간을 흔들 최고의 악수까지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는 분명히 있겠다.

사진=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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