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사실 차두리(35·FC서울)는 가지고 있는 재능을 다 발휘하지 못한, 어찌 보면 부족한 선수였다.

그의 재능이 특출함은 단순히 그가 한국 최고의 축구선수인 차범근의 아들이라는 이유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21세의 어린 나이에 아마추어(고려대) 소속으로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후 당시 최정상을 달리던 이동국, 김도훈, 서정원 같은 선수들을 밀어내고 2002 한일월드컵 엔트리에 포함돼 경기까지 나선 것은 지금봐도 놀랍다.

또한 딱히 보여준 것도 없는 상황에서 독일 명문클럽 레버쿠젠 입단은 그가 얼마나 뛰어난 재능을 지녔는지를 보여준 바로미터다.

그럼에도 그는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선수로서 기량이 만개할 26세의 나이에 맞은 2006독일월드컵에서 자신이 태어난 독일에서 뛰는 장점(당시 프랑크푸르트 소속)을 가졌음에도 엔트리에 탈락할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다. 22세에 뛴 월드컵을 26세에 뛰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맛 본 것이 차두리였다.

부족한 정교함과 슈팅력으로 인해 윙포워드를 포기하고 오른쪽 풀백으로 전환하면서 다시금 국가대표로 복귀했지만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오범석을 완전히 넘어서는데 실패했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이용-김창수를 넘지 못하고 엔트리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했다.

그가 활용될 때는 '폭발력', '유럽 수준 이상의 피지컬' 등이 강점으로 손꼽혔고, 엔트리에서 제외될 때는 '안정성', '꾸준함'이 부족하다는 평가로 차두리는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나 했다.

그러나 2013시즌부터 한국으로 돌아온 후 최용수 감독과의 호흡을 통해 경기 운영에 대한 이해는 물론 젊은 선수보다 더 뛰어난 압도적 피지컬을 모두 잡으며 완벽한 전성기에 돌입했다. 물론 그 전성기가 남들은 은퇴를 하는 30대 중반에 왔다는 것이 다소 아쉽지만 그의 거꾸로 간 시간은 "한국축구에서 차범근의 아들로 태어나 뭔가 인정받기가 힘든 일이다"고 내비친 바 있던 그의 오랜 시간 속앓이를 생각하면 그 자체로 반갑다.

'로봇', '차미네이터' 등의 별명을 가진 차두리지만 그 역시 인간이다. 30대 중후반에 접어들수록 매해가 노장 선수들에게 다르다. 팬들은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활약해주길 원하지만 체력소모가 심한 풀백에서 활약 중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어쩌면 2014시즌을 마지막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하려했던 그가 올해까지로 선수생활을 이어가기로 결심한 것이 최대치다.

그 스스로 11일 FC서울의 국내 시즌 첫 훈련에서 "올해가 나의 마지막 시즌이다. 국가대표로서 아시안컵을 통해 아름답게 그만둬 기분이 좋다. 그런데 소속팀에 돌아와 실망스러운 경기를 한다면, 축구팬도 실망할 것이다. 올 한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축구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며 올 시즌 후 은퇴를 확정지었다.

아버지 차범근 역시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서 "은퇴 시점은 선수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며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른 일로 (축구계에) 충분히 봉사할 수 있다"며 은퇴 만류에 대한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차두리는 선수 생활 초기부터 큰 주목을 받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못했다. 그대로 잊힐 뻔도 했지만 스스로의 능력으로 반등했고 늦은 나이지만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럼에도 그를 더 이상 붙잡을 수는 없다. 이미 차두리는 팬들을 위해 반쯤 벗었던 유니폼을 다시 입고 마지막 남은 모든 열정을 2015시즌에 매진하기로 확고히 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말릴 수 없다면 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그의 마지막 가는길을 오랫동안 지켜봐주는 일뿐이다.

사진=최신혜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스포츠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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