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김진현-이정협-김진수
[스포츠한국미디어 김명석 기자] 아시아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은 값진 성과물을 얻었다. 한국의 아시안컵이 결코 '실패'가 아닌 이유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지난달 31일 오후 6시(한국시각) 호주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호주와의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1-2로 석패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축구는 새로운 보물들을 발견해냈다. 주목을 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일약 대표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기나긴 항해를 앞둔 슈틸리케호에게는 우승만큼 값진 수확이다.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의 재발견은 이번 대회 최고 수확 중 하나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결승전까지 5경기에 출전, 단 2골만을 허용했다. 17개의 슈팅 중 무려 15개를 선방해냈다. 선방률은 88%를 넘었다.

한국이 이른바 ‘늪축구’라는 신조어 속에 27년 만에 결승무대를 밟을 수 있었던 것도 김진현의 존재감이 컸다. 조별리그부터 4강전까지 그가 든든하게 골문을 지켜준 덕분에 한국은 1~2골만으로도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에서는 아쉽게 2골을 내줬지만 이날도 여러 차례 선방을 펼쳤다.

이번 대회를 통해 주전으로 도약한 김진현은 향후 슈틸리케호의 ‘No.1'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의 골문 역시 당분간은 큰 걱정이 없게 됐다.

최전방 공격수 이정협(24·상주상무) 역시 김진현 못지 않은 수확이다. 당초 주목을 받지 못했던 선수였기에 그의 발견은 더욱 의미가 컸다. 향후 한국의 최전방을 이끌어갈 차세대 공격수로도 꾸준히 주목을 받게 됐다.

대회 첫 골은 호주와의 조별리그에서 터졌다. 생애 첫 A매치 선발로 출전했던 이정협은 이근호(30·엘자이시SC)의 패스를 결승골로 연결시키며 한국의 조1위 8강행을 이끌었다.

이어 이정협은 이라크와의 4강전에서는 측면에서 올라온 프리킥을 헤딩 결승골로 연결하며 한국을 27년 만에 결승전 무대로 이끌었다.

김진수(23·호펜하임)는 이번 대회를 통해 ‘포스트 이영표’라는 수식어와 함께 한국의 왼쪽 측면의 미래에서 현재로 급부상했다. 기성용(26·스완지시티), 박주호(28·마인츠05)와 함께 김진수는 이번 대회 전 경기에 선발로 출전할 만큼 대회 내내 입지가 탄탄했다.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김진수는 상대의 측면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보탬이 됐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날카로운 킥력까지 과시하며 1개의 어시스트도 기록했다. 김진수와 활약 덕분에 슈틸리케호의 왼쪽 측면은 손흥민(23·레버쿠젠)-김진수로 이어지는 ‘1992년 동갑내기’ 라인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55년의 한(恨)을 풀지는 못한 대회였다. 그러나 슈틸리케호가 출범한 지 이제 4개월이 됐음을 감안하면 준우승은 그 자체로도 눈부신 성과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우승만큼 값진 새로운 선수들의 발견이라는 수확도 거뒀다. 향후 본격적인 행선지가 될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향한 슈틸리케호의 항해도 순풍을 맞이하게 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AFPBBNews=News1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