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스포츠한국미디어 김명석 기자]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의 '두 가지 묘수'가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전을 빛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아쉽게 아시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은 31일 오후 6시(한국시각) 호주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연장접전 끝에 1-2로 패배했다.

그러나 결과와는 상관없이 슈틸리케 감독의 묘수는 결승전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선발 라인업에서 꺼내든 묘수는 호주의 공격을 무력화시켰고, 패색이 짙던 경기 막판에 꺼내든 묘수는 극적인 동점골로 이어졌다.

첫 번째 묘수는 선발 라인업에서 나왔다. 파격적인 변화를 줬다. 변화의 골자는 박주호(28·마인츠05)였다. 늘 기성용(26·스완지 시티)과 중원을 지켜왔던 박주호는 이날 왼쪽 측면에 섰다. 대신 장현수(24·광저우 푸리)가 중원에 포진했다.

눈에 띄는 변화였다. 의외의 선택이기도 했다. 결승전이었던 만큼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베스트 멤버의 출격이 예상됐다. 이날 호주가 꺼내든 라인업 역시 예상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더구나 이번 대회 내내 박주호의 측면 기용은 시험대에 오른 적이 없었다. 결승전이라는 의미를 감안하면 자칫 도박이라는 우려가 뒤따랐던 이유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또 다른 '묘수'가 됐다. 앞서 조영철(26·카타르SC)과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 이정협(24·상주상무) 등 늘 상대의 허를 찔렀던 승부수가 또 한 번 통했다. 경기 내내 한국이 상대에게 밀리지 않고 잘 싸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박주호를 측면에 배치시킨 슈틸리케 감독의 의도는 명확했다. 측면 수비가 가능한 박주호의 전진배치로 측면 수비를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상대의 주 공격루트인 우측 측면을 봉쇄하겠다는 뜻이었다.

효과는 컸다. 박주호는 김진수(23·호펜하임)과 짝을 이뤄 상대의 측면을 무력화시켰다. 이반 프란지치의 오버래핑은 물론 상대의 측면 공격을 번번이 끊어냈다. 대회 내내 막강한 화력을 발휘했던 호주의 공세가 전반 내내 힘을 잃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수비적인 역할에만 치중하지 않았다. 박주호는 적극적으로 상대의 측면을 공략하며 기회를 잡았다. 전반 초반에는 수비수 두 명을 제치며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었다.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상대의 측면을 공략하며 한국의 공격에 힘을 보탰다. 박주호는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낸 뒤 후반 교체아웃됐다.

슈틸리케 감독의 묘수는 0-1로 뒤지던 후반 막판에도 나왔다. 공격수인 이정협 대신 수비수 김주영(27·상하이 둥야)을 투입시키는 승부수를 던졌다. 김주영은 수비에 포진했고 대신 곽태휘(34·알힐랄)가 최전방으로 올라섰다. 곽태휘의 제공권을 활용해 동점골을 노리겠다는 의도였다.

묘수는 또 다시 통했다. 후반 추가시간, 곽태휘가 공중볼을 따내자 이후 한국영(25·카타르SC)과 기성용(26·스완지시티)을 거쳐 손흥민(23·레버쿠젠)의 극적인 동점골로 연결됐다. 패색이 짙었던 한국도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아쉬움이 남았다. 잘 싸우고도 연장 전반 막판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며 1-2로 패배, 55년의 한(恨)을 풀지 못했다. 그러나 결승전 무대에서 보여준 한국의 경기력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 중심에는 결승전에서도 과감하게 꺼내든 슈틸리케 감독의 묘수가 있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