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지난 1년여간 한국 축구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세월호 참사 등을 통해 상처 입은 국민들의 마음에 위안을 줄 것으로 봤던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석연찮은 선수 선발 과정과 허탈하기 그지없는 패배로 국민들은 한국 축구를 등졌었다.

비록 지난해 9월, 28년 만에 따낸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그 빚을 조금이라도 갚았지만 너무나도 컸던 구멍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이제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컵 대표팀은 절대 메울 수 없을 것 같았던 구멍을 이제 거의 다 메꿔가고 있다. 국민들은 31일 열리는 호주와의 아시안컵 결승전 결과에 상관없이 이미 한국 축구를 보듬을 넒은 아량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태도 변화는 바로 그간 한국축구에서 보기 힘들었던 '팀 대한민국'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현대 축구는 그 어떤 때보다 더욱 '팀'으로서의 축구가 중요해졌다. 리오넬 메시라는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를 내세웠던 아르헨티나가 어느 누구의 팀이 아닌 팀 그 자체였던 독일에게 월드컵 결승에서 허무하게 무릎을 꿇은 것이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더 이상 현대 축구는 누군가를 위한 팀 혹은 혼자서 월드컵 우승까지도 가능케 했던 1986 멕시코 월드컵(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 우승)이 아니다.

한국 역시 누군가에 의존하기보다 팀으로 끈끈하게 뭉쳤을 때 최상의 결과를 낸다는 것을 2002 한·일 월드컵을 통해 깨달았다. 그러나 이후 잦은 감독 교체와 일관성 없는 대표팀 운영, 선수 선발 과정에서 아쉬움을 드러내며 많은 내분을 겪어왔다.

지난해 9월, 슈틸리케 감독은 A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 후 국내 선수들 중 원석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팀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지나치게 어린 선수 위주로 돌아가던 대표팀을 중간급과 고참급이 나뉜 팀으로 세분화하며 '경험'을 중요시 했다. 노장들에게는 책임감을 강조하며 그동안 대표팀이 걸어오던 빗나간 궤도를 수정해왔다.

그 결과물은 아시안컵을 통해 드러났다. 비록 조별리그를 통해 주장까지도 역임했던 구자철과 이청용이라는 팀의 핵심선수가 이탈했음에도 불구하고 뿌리부터 단단히 박은 대표팀은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이름값만으로도 절대적인 두 선수의 이탈로 팀은 진작 무너졌을지도 몰랐지만 슈틸리케가 꾸린 대표팀은 이 정도 풍파에는 끄떡없었다.

또한 조별리그 2차전 쿠웨이트전 직후에는 최악의 경기력으로 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슈틸리케 감독은 스스로 "한국은 이 경기를 통해 우승후보에서 제외됐다"며 도리어 더 대표팀에 대해 강한 어조로 자가 비판을 하며 비난 여론을 머쓱하게 만드는 영민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넘버3 골키퍼인 정성룡을 제외하곤 22명의 선수 전원이 아시안컵에서 뛰며 체력안배라는 신체적 이득은 물론 팀원 모두가 팀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절로 가지는 정신적 이득까지 얻었다. 지나치게 베스트 11 위주로만 돌아가던 그동안의 대표팀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후보 선수들 역시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팀 대한민국'은 선수들에게도 기대를 주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있다. 축구는 11명이서만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이 기본적이면서도 진짜 가치를 일깨워 주며 '팀 대한민국'이 다시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만으로 국민들은 슈틸리케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다.

사진=대한축구협회,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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