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세르베르 레사토비치 제파로프(33). 한국 축구 팬들에게는 제파로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선수는 한국 축구의 영광과 좌절의 순간 모두를 함께했다. 그리고 55년 만에 아시아 정상 복귀를 노리는 이 순간에도 한국 축구와 마주해 그 순간을 아로새기게 됐다.

▶오자마자 K리그 우승 맛봤던 제파로프

제파로프가 한국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것은 2010년 7월 FC서울에 임대 영입되면서 부터였다. 당시 제파로프는 2008 AFC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음에도 국내에서는 무명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단 반시즌 만에 18경기서 1골 7도움의 맹활약을 했다.

그의 왼발이 춤추자 FC서울은 구자철-김은중이 이끌던 제주 유나이티드의 돌풍을 잠재우고 K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고작 반년 밖에 뛰지 않았지만 그의 맹활약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렇게 제파로프와 한국은 기분좋게 첫 만남을 시작했다.

▶‘슈퍼매치’의 위용을 우즈베키스탄에 알린 제파로프

6개월 단기 임대였지만 그 활약을 인정받은 제파로프는 2011시즌에도 FC서울에서 연달아 활약하게 된다. 이때 서울과 수원의 맞대결인 ‘슈퍼매치’도 경험했고 당시 수원에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공격수 게인리히도 있어 슈퍼매치 속에 작은 ‘우즈베키스탄 더비’를 만들기도 했다.

우즈베키스탄 축구협회가 주관한 투표에서 2010년 우즈베키스탄 최고 인기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던 그가 한국의 상위권팀으로 이적한 것도 모자라 그곳에서 우즈베키스탄 선수간의 맞대결이 펼쳐지니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게다가 슈퍼매치는 매번 5만명에 가까운 엄청난 관중이 몰리는 아시아 축구 최고의 흥행카드였기에 당시 우즈베키스탄 내에서는 5만 관중이 운집한 경기 모습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K리그 우승은 물론 슈퍼매치라는 한국 최고의 더비매치 역시 제파로프는 그 순간에 있었다.

▶박지성, 이영표 떠나던 이별의 경기에도 제파로프는 있었다

한국 축구를 넘어 아시아 축구의 전설로 남은 박지성과 이영표가 참가했던 2011아시안컵. 비록 박지성은 부상으로 경기를 뛰진 못했지만 경기 후 두 선수에게 부여된 ‘헹가래 타임’을 제파로프는 반대편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박지성, 이영표의 대표팀 은퇴가 된 이 대회 3,4위전이 제파로프가 있던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였기 때문.

이날 경기에서 제파로프는 상대팀 선수로 풀타임 출전해 맹활약했지만 우즈벡의 2-3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끝으로 박지성과 이영표가 태극마크를 놓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제파로프였다.

▶팀 재창단, 강등 논란도 묵묵히 봐야 했던 제파로프

제파로프가 이렇게 한국에서 영광의 순간만 함께 했던 것은 아니다. 2013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성남의 유니폼을 입었던 제파로프는 2013시즌 종료 후 성남이 기업구단에서 시민구단으로 변환될 때 역시 소속팀 선수로 있었다.

또한 2014시즌 초반 ‘선수도 아니다’는 수모도 겪어봤고, 성남 전임 감독의 불미스러운 일도 목격했으며 시즌 막판에는 성남 구단주를 중심으로 한 강등 논란 역시 팀 내부에서 더 자세히 바라볼 수 있었다. 물론 시민구단 최초의 FA컵 우승이라는 영광의 순간 역시 제파로프는 함께하며 국내 선수도 하기 힘든 K리그와 FA컵 동시 우승이라는 타이틀도 함께 했다.

이처럼 제파로프는 명작 영화 ‘포레스트 검프’처럼 한국 축구사의 순간순간에 함께하며 그 순간을 아로새길 수 있었다. 슈틸리케호는 1960년 이후 55년 만에 아시아 정상 탈환이라는 대장정을 걷고 있다. 과연 제파로프는 그 대장정을 막는 장애물이 될지 아니면 그 순간을 지켜보는 방관자가 될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2015 AFC 아시안컵 8강
- 대한민국 vs 우즈베키스탄 (22일 16:30 / KBS2TV, SBS 중계)

사진= ⓒAFPBBNews = News1 스포츠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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