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비행기를 타고, 햇살 비추는 곳에 가고… 내가 운이 좋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난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가야겠어요. 집에 가게 해주세요.'

오는 2월 4일 첫 내한공연이 확정된 그래미 어워즈 4관왕(정통 팝 보컬 앨범상)에 빛나는 캐나다 출신의 가수 마이클 부블레(40)의 2집 수록곡 'Home'의 가사 중 일부다. 많은 영광을 누리고 바쁘게 살아 누군가는 부러워할만한 인생을 사는 이의 그저 집(Home)에 돌아가고 싶은 간절함이 드러난 가사는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2003년의 토레스(왼쪽)와 현재의 토레스

페르난도 토레스(31)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월드컵 우승, 유로 우승, 리버풀, 첼시, AC밀란 등 축구선수라면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경력을 쌓았음에도 토레스에게 필요한건 오직 '집'이었는가 보다. 드디어 집에 돌아온 '꼬마(El Nino)'는 '현존 세계 최고의 팀'으로 평가받는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2골을 몰아치며 거함을 침몰시켰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16일(이하 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의 코파델레이(국왕컵) 16강 2차전 원정경기에서 토레스가 2골을 뽑는 대활약에 힘입어 2-2 무승부를 거뒀다. 이미 홈에서 열린 1차전을 2-0으로 승리한 바 있는 AT마드리드는 1,2차전 합계 4-2로 레알 마드리드에 승리하며 8강에 진출하게 됐다.

토레스로 시작해 토레스로 끝난 경기였다. 경기 시작 1분 만에 앙투앙 그리즈만의 놀라운 왼쪽 돌파에 이은 낮은 크로스를 순간 몸이 역방향에 걸렸음에도 왼발로 침착하게 밀어 넣으며 선제골을 만들어낸 토레스는 전반에 이어 이번에는 후반 1분, 왼쪽에서 빠르게 돌파 후 그리즈만의 패스를 이어받아 완벽하게 접어놓은 후 골키퍼 가랑 사이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토레스의 AT마드리드에서 골을 보기까지 8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1995년, 즉 11살의 어린나이부터 AT마드리드 유소년팀에 입단한 '홈보이' 토레스는 2001년 1군 승격에 성공했고 2007년까지 244경기 91골(리그, 컵대회 포함)을 넣으며 AT마드리드 팬들로부터 `무서운 아이(El Nino)'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절대적인 신뢰를 얻었다.

너무 세계적인 선수가 된 토레스를 담기에는 당시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모자랐고 결국 토레스는 어린시절부터 AT마드리드외 좋아했던 유일한 팀인 잉글랜드의 리버풀에 입단하게 된다.

리버풀에서의 순간은 달콤했다. 2007~2008시즌 잉글랜드 데뷔시즌이었음에도 무려 리그에서 24골을 몰아치며 외국인선수 첫해 최다골 신기록을 세운 것은 물론, 통산 142경기 81골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이후 무릎부상을 참고 뛴 2010 남아공월드컵을 전후로 급격한 하락세를 맞이했고 첼시에 막대한 이적료로 이적했음에도 5년간 172경기 45골이라는 초라한 성적만을 남겼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또 다른 명문클럽인 이탈리아의 AC밀란으로 임대이적했지만 10경기 1골에 그치며 사실상 회생불가능한 선수가 되는 듯 했다.


현 감독인 디에고 시메오네(오른쪽)와 함께 현역으로 뛰었던 2004년의 토레스

하지만 이번 1월 이적 시장을 통해 친정팀 AT마드리드로 8년만에 컴백(임대이적)에 성공했고 세계적 명장으로 거듭난 디에고 시메오네와 8년 사이 몰라보게 성장(지난 시즌 스페인 리그 우승)한 AT마드리드의 절대적 지지 속에 '세계 최강'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멀티골을 뽑아내며 '바로 그 무서운 꼬마'가 돌아왔음을 내보였다.

토레스는 이날 경기 후 "2골이나 터트려서 경기가 끝난 뒤 웃으면서 그라운드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집에 돌아와서야 진정한 웃음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8년간 수많은 일이 있었다. AT마드리드를 떠나있는 동안 그는 유럽챔피언(유로), 세계챔피언(월드컵),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우승(첼시), 유럽축구연맹이 선정한 명예의 배지를 부여 받은 오직 5개의 구단 중 2개의 구단을 섭렵(리버풀, AC밀란서 활약 - 명예의 배지 받은 5개팀 명단 : 레알 마드리드, 아약스, 리버풀, AC밀란, 바이에른 뮌헨)하는 등 모든 영광을 누렸다.

그럼에도 그에게 필요한건 오직, 집이었다. 집에 돌아온 그 꼬마는 이제서야 진정한 성인으로 거듭난 것인지 모른다.

사진=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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