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서귀포=이재호 기자] 국가대표는 맞다. 하지만 아직 ‘정식’ 국가대표는 아니다. 그 증거는 바로 선수들이 입고 있는 옷의 유형과 색깔이 말해준다.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직 빨간(혹은 하얀) 유니폼을 입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색 트레이닝복이 악천후를 뚫고 땀으로 검게 변해야 비로소 진정한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휴가를 반납하고 제주도로 모인 선수들의 목표다.

15일부터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제주도 서귀포 시민운동장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동아시아파(한국, 중국, 일본) 28명으로 이루어진 이번 대표팀 선수 중 절반인 14명은 아직 단 한 번도 진정한 태극마크를 달아보지 못했다. A매치 출전 경험이 ‘0’이기에 그들의 간절함은 더할 수밖에 없다.

어떤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든 최고에 서는 것이 목표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 축구에서 최고의 영광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이다. 일단 28명의 선수들은 국가대표는 됐다. 그러나 아직 회색 트레이닝복 밖에 입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전지훈련은 따로 A매치가 잡힌 것이 아니기 때문. 연습경기는 준비돼 있지만 국가대표급의 팀도 아니며 정식 경기도 아니다. 모두가 훈련 종료 후 다음날인 22일 발표되는 2015 호주 아시안컵 최종 23인 명단에 들어 당당하게 빨간 유니폼을 입고 싶은 마음 뿐이다.

강수일은 “처음으로 대표팀 옷을 입어봤는데 굉장히 잘 어울렸다”며 웃은 뒤 “그 옷을 다시 벗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표팀 옷을 입고 싶다”며 의지를 다졌다.

이종호 역시 “대체발탁이지만 슈틸리케 감독님과 코칭스태프의 오랜 상의 후 절 뽑으셨다고 들었다. 아마 저의 저돌성과 성실함 같은 장점을 보고 뽑으셨을 텐데, 힘 있는 축구를 보이고 싶다"며 "놓치기 싫은 기회다. 이 기회를 잡고 한 단계 더 발전하는 선수 될 것"이라며 자신에게 찾아온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다.

대표팀 일원으로 소집된 것은 분명 영광이다. 하지만 그것이 회색 트레이닝복만 입고 끝날지 빨간 유니폼까지 입을 수 있을지 결정하는 것은 이번 제주 전훈을 통해 밝혀진다.

15일은 강한 비가, 16일은 진눈깨비와 우박을 동반한 눈이 서귀포에 내렸다. 궂은 날씨지만 선수들은 달리고 차고 부딪치며 날씨에 아랑곳 않고 있다. 회색 트레이닝복을 빨간 유니폼으로 바꿀 그날을 위해 말이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