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최용수 감독(왼쪽)과 포항 황선홍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한때 한국 축구계를 휘어잡던 두 스트라이커는 이제 국내 최고의 명문팀 감독으로 치열한 혈투를 벌였다. 두 감독 모두 “승부차기라도 있었으면…”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할 정도로 승부를 보고 싶어 했다. 결국 올 시즌 1승5무1패로 끝난 ‘황새’ 황선홍 포항 감독과 ‘독수리’ 최용수 서울 감독의 승부는 막을 내렸지만 그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울은 26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37라운드 포항과의 경기에서 0-0 무승부에 그쳤다. 승점 1을 나눠가진 두 팀의 결과로 인해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서울(승점 55)은 마지막 제주 원정을 승리한다할지라도 포항(승점 58)과 수원의 경기결과를 지켜봐야 3위 혹은 4위를 결정하게 됐다. 포항은 이제 최종전인 수원전에서 무승부만 기록하더라도 3위를 확정짓게 된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서울과 포항은 올 시즌 무려 7차례나 만났다. 이렇게 자주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AFC 챔피언스리그(8강, 이하 ACL), FA컵(8강), K리그 클래식(4경기)까지 총 7차례나 맞붙어 성적은 1승 5무 1패가 됐다.

물론 서울이 5무승부 속에서도 승부차기 승(ACL 8강 2차전)이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면 2승 4무 1패로 서울의 우세일 수는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1승 5무 1패다. 그만큼 양 팀은 많이 만났고 매우 치열했다.

포항의 황선홍 감독은 “사실 올해 포항의 성적은 서울 때문에 많이 깎였다. 마음에 응어리가 많이 남는다”고 토로한 바 있다. 서울 때문에 ACL과 FA컵에서 모두 탈락했기 때문.

서울의 최용수 감독 역시 이날 경기 전 “승부차기라도 있었으면 결판을 보고 싶다”며 동률이었던 기록을 깨고 싶은 열망을 드러낸 바 있다.

무승부로 경기가 종료되자 최 감독은 “포항은 정말 지고 싶지 않은 상대다”며 “결국 올해 승부가 무승부로 끝난 게 너무 아쉽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갖게 한다. 그것이 더 서울을 강하게 만든다”며 건전한 라이벌 의식에 대해 설명했다.

두 감독은 선수 시절에도 프로팀에서 한솥밥을 먹지는 않았지만 대표팀은 물론 K리그, J리그 등에서 알게 모르게 경쟁해왔다. 같은 최전방 공격수 포지션이었기에 경쟁을 통해 발전해왔고 감독이 돼서도 이 인연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부임 전에도 두 감독은 ‘차기 대표팀 감독 1순위’로 지목될 정도로 인정을 받아왔다. 그만큼 두 감독은 은퇴 후에도 선수 때만큼의 뛰어난 커리어를 쌓고 있는 것이다.

최 감독은 이러한 경쟁이 발전의 계기임을 밝히기도 했다. 최 감독은 “사실 포항이라는 상대팀 보다 큰 산(황선홍 감독)이 있어 신경이 많이 쓰인다. 이렇게 서로 경쟁을 하면서 발전하는 것 같다”며 이러한 보이지 않는 라이벌 의식이 갖는 긍정적 의미를 밝히기도 했다.

결국 이 두 감독의 승부는 이날 경기를 넘어 아직 결정되지 않은 3위 결정전으로 연장돼 다소 맥이 풀릴 뻔했던 30일 상위스플릿 최종 라운드에 불을 지폈다. 두 감독의 경쟁이 결국 K리그 전체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황새와 독수리는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고 승부를 내고 싶어 한다. 겉에서 보기엔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다툼 속에서 황새와 독수리는 함께 발전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