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한국축구의 A매치 최다골은 차범근(61)의 55골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실로 알려진 이 기록이 오류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언론이나 축구 자료 등을 보면 한국 A매치 최다골을 차범근의 55골로 기록했다. 워낙 오랫동안 굳어진 기록이어서 믿어 의심치 않는 최고기록으로 한국축구사의 한 부분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한국의 취재결과 차범근의 A매치 출전수와 골 기록 모두 수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종전의 차범근의 기록은 121경기 55골로 알려져 있으나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차범근은 132경기에서 59골을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의 기록 수정에 따라 차범근은 A매치 골이 4골 늘었고, 경기수도 11경기나 더 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A매치 최다골과 출전 기록이 모두 바뀐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협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선수들의 A매치 기록도 상당수 수정됐다. 홍명보는 기존의 135경기에서 136경기로 수정됐고, 이운재 역시 기존의 132경기에서 133경기, 유상철 역시 122경기에서 124경기로 늘어났다.

▶종전 기록 : 1위 홍명보(135경기), 2위 이운재(132경기), 3위 이영표(127경기), 4위 유상철(122경기) 5위 차범근(121경기)
▶수정 기록: 1위 홍명보(136경기), 2위 이운재(133경기), 3위 차범근(132경기), 4위 이영표(127경기), 5위 유상철(124경기)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축구협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기록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부족했다. 전산이 아닌 수기로 기록되면서 따로 데이터베이스(DB) 작업을 하지 않았다. 특히 전산으로 제대로 체계화가 되기 전인 2002년 전에는 기록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해 꼼꼼히 챙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협회도 기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5년 전부터 동남아시아 국가 등에 인력을 파견해 AFC와 각국 협회의 도움을 받아 A매치 기록을 발굴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여서 오류를 잡아내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여전히 DB조사를 하고 있는데 기록지와 신문기사들을 하나하나 검수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현재 자료도 업데이트될 가능성도 높다. 차범근도 A매치를 더 뛰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사실이 이제야 밝혀지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매번 DB작업과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일일이 따로 언론에 알릴 수가 없었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기록이 추가되면서 이런 기록을 발표할 때 `해당자료는 비공식 기록'이라고 보도자료를 냈었다. 기록이 수정될 여지가 있음을 인지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차범근의 한국 A매치 최다골 수정 과정에서 홍명보가 보유한 한국 A매치 최다출전도 135경기에서 136경기로 늘어난 것도 발견됐다. A매치 최다골과 최다 출전 모두 이번 조사를 통해 바뀐 것이다.

기록은 오류는 이게 다가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10월 28일자로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에 가입한 선수들의 A매치 출전 기록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선수 9명 중 5명의 기록이 대한축구협회가 제공한 자료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참고그림 1 참고).

FIFA와 대한축구협회의 자료는 왜 다른 것일까. 이에 대해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피파 역시 기록이 완벽하지 않다. 피파 측에서 누락한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그 자료에도 나타나듯 피파 역시 기록이 다른 경우 알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협회 측은 A매치로 잡은 경기를 피파가 인정을 안하거나 혹은 반대의 경우가 있었을 수도 있다. 또한 A대표팀이 참가한 예전 올림픽 경기 등에 대한 해석이 다른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협회는 DB작업이 마무리되면 피파 측에 새롭게 바뀐 기록을 통보할 예정이다.

언론들은 선수가 은퇴할 때까지 작성된 기록을 저장해뒀다가 필요한 경우 불러오는 방식으로 보도하다보니 새롭게 정정된 A매치 기록에 대해 피파와 협회 측의 자료와 달랐던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새롭게 밝혀진 만큼 수정 절차가 끝나면 한국축구사의 주요기록 수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A매치 최다 출전 순위

1위 : 홍명보 136경기
2위 : 이운재 133경기
3위 : 차범근 131경기
4위 : 이영표(127경기)
5위 : 유상철(124경기)

▶A매치 최다 골 순위

1위 : 차범근 59골
2위 : 황선홍 50골
3위 : 박이천 36골
공동 4위 : 김재한, 이동국 33골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