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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김명석 기자] K리그 일정을 감안한 슈틸리케 감독의 배려일까, 아니면 K리그 선수들이 가진 한계일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중동 원정 2연전에 나설 '슈틸리케 2기‘ 명단을 발표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주영(알 샤밥)과 손흥민(레버쿠젠)을 비롯해 22명의 대표 명단과 5명의 예비명단을 발표했다.

예비명단을 제외한 2기 명단은 유럽파가 7명으로 가장 많았다. 또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6명으로 그 뒤를 이었고, 일본(3명)과 중국(2명)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도 포함됐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국내파는 단 4명에 불과했다. 김승규(울산)와 차두리(서울), 한교원(전북)이 지난 1기에 이어 다시 재부름을 받았고, 정성룡(수원)이 새롭게 호출됐다. 9명의 K리거가 뽑혔던 지난 1기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다.

K리그 스플릿 일정 위한 배려?

한창 스플릿 일정을 치르고 있는 K리그 구단들 입장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만한 결정이다. 차출로 인한 공백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K리그 일정을 치를 수 있게 된 까닭이다.

보통 리그는 A매치와 겹치지 않도록 일정을 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K리그는 지난 10월에 이어 11월에도 A매치 기간에 리그 경기가 진행된다. 월드컵 휴식기, 스플릿 일정 등으로 인한 불가피한 일정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히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전북을 비롯해 울산, 서울 등 대표급 선수들을 보유한 팀들은 주축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 리그를 소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플릿 일정이 한창인 요즘 시기라면 각 구단이 예민할 수 밖에 없다.

지난 달 최강희 전북 감독 역시 “A매치 기간에 리그 경기를 치르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며 "모든 팀들이 예민한 시기인 시즌 막판에는 더 부담이 된다"고 꼬집었다. 전북은 1기 당시 이동국과 김기희, 한교원 등 3명의 선수가 차출된 상태에서 리그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결국 이번 2기에 국내파 명단이 적은 이유일 수 있다. 순위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중인 K리그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슈틸리케 감독의 ‘배려’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구단별로 2명 이상 차출하기보다는 1명씩 인원수를 제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사실상 마지막 테스트의 기회, 그러나 외면받은 K리거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결과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성룡을 제외하면 새롭게 발탁된 선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기존 K리거들의 공백을 메울 대안 역시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찾은 까닭이다.

당초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K리그를 직접 관전하는 열의를 보였다. 이후 슈틸리케 감독은 국내에 머무르며 K리그 챌린지, FA컵 등 폭넓은 경기를 관전하며 국내 선수들을 관찰했다. 슈틸리케 감독 스스로도 “최대한 많은 K리그 경기를 보고 좋은 선수를 찾을 것”이라며 국내 선수들의 중용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이동국(전북)과 이용(울산), 김주영(서울) 등은 부상, 김기희(전북)은 군사훈련 등 특별한 사유로 이번 2기에서 제외됐다. 자연히 이 과정에서 김승대(포항)를 비롯해 임상협(부산), 이종호(전남), 임창우(대전) 등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국내파 선수들의 대표팀 발탁설이 모락모락 피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국내파를 외면했다. '새로운' 국내파 선수는 단 한 명도 선발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1기에서 부름을 받았던 김승대와 홍철이 제외됐다. 이용이나 이동국 등의 공백을 메울 자원으로는 각각 김창수(가시와 레이솔)와 박주영(알 샤밥) 등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로 구성했다.

특히 아시안컵을 두 달 여 앞둔 시점에서 이번 중동 원정은 사실상 마지막이나 다름없던 테스트의 기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파보다는 해외파를 중용했다는 점은 사실상 슈틸리케 감독의 아시안컵 계획에는 국내파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지난 두 달 여 동안 슈틸리케 감독이 K리그를 직접 관전하며 굳이 국내파를 활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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