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달라진 QPR, 그래서 뭐가 바뀌었나(上)에서 계속)

[이재호의 스탯볼]달라진 QPR, 그래서 뭐가 바뀌었나(上)

上편을 통해 QPR이 지난 2경기 동안 바뀐 점을 알아봤다. 페르의 중앙에서 왼쪽 이동을 통해 중원강화, 공격강화는 예상되지만 왼쪽 공격의 약화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래드냅 감독의 계산은 이 부분을 바로 빠르고 데뷔 후부터 ‘공격형 풀백’으로 불렸던 윤석영에게 맡길 것으로 보인다. 윤석영은 28일 경기에서 이러한 모습에 100% 부합하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더 나은 공격적인 움직임을 선보이고 있다(참고그림 1).


참고그림 1, 윤석영의 아스톤 빌라전 움직임. 스쿼카 자료

리버풀전에서는 단 한 번의 크로스에 그쳤지만 아스톤 빌라전에서는 총 3번의 시도를 하며 왼쪽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단순히 수비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 중이다.

중앙 지향적인 미드필더를 왼쪽에 두고 풀백과 함께 탄탄한 수비를 기본으로 하되 풀백을 통해 직선적인 공격을 맡기는 것은 자연스레 이영표(37·은퇴)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시즌이었던 2005~06시즌을 떠올리게 한다.


중앙 미드필더 다비즈와 왼쪽에서 호흡을 맞췄던 2005~06시즌의 이영표. ⓒAFPBBNews = News1

당시 이영표는 왼쪽 풀백으로 왼쪽 미드필더로 나선 에드가 다비즈(은퇴)와 함께 왼쪽에서 호흡을 맞췄다. 처음에는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인 다비즈를 왼쪽 미드필더로 세운 마틴 욜 감독의 선택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가졌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수비를 탄탄히 하면서 왼쪽 풀백에게 직선적인 공격을 맡기며 결국 리그 5위까지 오르는 파란을 연출한다.

왼쪽은 이영표-다비즈의 수비 지향적으로, 오른쪽은 폴 스톨테리와 아론 레논의 공격 지향적인 모습으로 비대칭 전술을 내세워 토트넘은 탄탄하지 못한 스쿼드에도 빅4를 위협하는 존재로 거듭난 바 있다. 물론 이 전술을 주로 활용하다보니 이영표의 왼쪽 공격이 다소 약하다고 느낀 욜 감독은 이후 아수 에코토, 가레스 베일 등을 영입했고 이것은 이영표가 첫 시즌에 비해 나머지 시즌에서 입지가 탄탄하지 못한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05~06 시즌 토트넘의 베스트 11

우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전 토트넘 감독 출신인 래드냅 역시 이번 전술 변화를 통해 2005~2006시즌의 토트넘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오른쪽은 공격적인 선수(에두아르도 바르가스, 매튜 필립스)와 풀백(마우리시오 이슬라, 네둠 오누아)으로 왼쪽과 달리 비대칭을 형성하면서 최근 2경기에서 탁월한 경기력을 가져갔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축구 팬들은 ‘옛날 전술’인줄만 알았던 스리백이 다시 대세로 떠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전술의 왕’인줄 알았던 4-2-3-1이 처절하게 몰락하는 것을 보면서 영원한 전술은 없고 전술이란 돌고 도는 것임을 확인했다.

돌고 돌아 우연히도 2005~2006 토트넘과 2014~2015의 QPR은 비슷한 전술을 쓰고 있다. 그 속에서 한국 왼쪽 풀백은 같은 역할을 부여받아 리버풀전부터 새로운 인생을 맞았다(이영표와 윤석영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은 공교롭게도 모두 리버풀과의 홈경기 였다).

물론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독일, 네덜란드,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경험을 쌓은 ‘전설’ 이영표와 윤석영을 같은 시선에서 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묘하게도 인연이 닿게 된 윤석영은 이영표가 어떻게 성공했고 또 힘들어했는지를 연구하며 한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면 분명 지난 2년간 힘들었던 시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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