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윤석영(24·퀸스 파크 레인저스)에게 봄날이 찾아오는 것일까. 잉글랜드 진출 후 첫 연속 선발출전에 성공하며 기나긴 터널의 끝에서 광명의 빛을 만난 것으로 보인다. 퀸스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는 무엇이 바뀌었기에 윤석영은 물론 자신들 역시 반전을 꾀할 수 있게 된 것일까.

윤석영은 28일(이하 한국시각) 열린 아스톤 빌라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지난 19일 리버풀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선발 출전으로 잉글랜드 진출 후 교체와 선발로 연속 경기에 출전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연속해서 선발 출전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윤석영은 이날 경기에서 전반 20분 과감한 오른발 중거리슈팅으로 코너킥을 얻어낸 것은 물론 전반 31분에는 오른쪽에서 프리킥 크로스 기회가 나자 키커로 나서 날카롭게 감아올리는 등 색다른 모습을 많이 선보였다. 왼발 킥력을 해리 래드냅 감독에게 인정받았음을 엿볼 수 있었다.

공격만이 다가 아니었다. 전반 33분 상대의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몸을 날려 막아내는 등 총 4번의 상대 슈팅을 막아냈다. 또한 상대의 스루패스가 들어오는 길목을 차단하거나 과감한 태클을 통해 상대 오른쪽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스피드에서도 상대 윙어에 밀리지 않으며 풀백의 기본자질을 충분히 감췄음을 보여줬다. 물론 자잘한 실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충분히 보완 가능한 수준이었고 큰 실수가 없는 것이 고무적이었다.

윤석영이 등장하고 나서부터 지난 2경기에서 팀 경기력은 이전 4경기와는 확 달라졌다. 윤석영이 가세한 효과도 분명 없지 않겠지만 정확히 말하면 바꾼 팀 전술에 윤석영이 잘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퀸스 파크 레인저스는 윤석영이 등장하기 전 4경기와 등장 후 2경기 동안 어떻게 바뀌었을까.

▶리버풀 경기 전 7경기 평균 선수기용과 리버풀 경기부터 바뀐 2경기 포메이션과 선수들 (참고그림 1)


참고그림 1

'0'으로 따로 표시한 것은 지난 4경기에서 기용된 선수 중 변화가 있는 선수들을 뜻한 것으로 11명의 베스트 중 절반 이상인 6명이 지난 2경기에서 새롭게 기용된 선수들이다. 그중 윤석영, 자모라 등은 아예 선발 출전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가 들어온 선수들이며 나머지는 교체 등으로만 얼굴을 비췄다.

그만큼 기존 선수단의 새로운 선수들로 팀 변화를 꾀했고 덕분에 지난 2경기에서 확연히 달라진 경기력으로 결국 28일 경기에서 시즌 2승째를 따낼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 경기력 변화를 통해 래드냅 감독의 2년간의 노력이 이제야 결실을 맺는 것으로 볼 정도다.

물론 그 사이 스리백을 써보기도 하고 변형 4-4-2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지난 2경기를 통해 QPR의 변화는 확실해졌다. 그중 국내 축구팬들이 관심을 가질 부분은 역시 윤석영이 들어오고 나서부터 확 바뀐 왼쪽이다.

▶르로이 페르, 바뀐 QPR의 핵심

르로이 페르. 네덜란드 출신의 그를 영입하기 위해 QPR은 올 시즌을 앞두고 노리치 시티로부터 약 800만 파운드(약 135억 7,000만원)의 거금을 줬다. 등번호 10번까지 안기며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네덜란드 대표로도 맹활약한 르로이 페르. ⓒAFPBBNews = News1

커리어 내내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네덜란드 대표 소속으로 중앙에서 활약했던 르로이 페르가 이번 전술 변화의 핵심이다. 페르는 이전까지는 중앙 미드필더로 꾸준히 출전해왔지만 리버풀 전부터 윤석영과 호흡을 맞춰 왼쪽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갑자기 왼쪽 미드필더로 나와 일반 윙들처럼 재빠른 움직임을 가져갔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갑자기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페르가 이번 포지션 이동 속에서 맡은 역할은 정확히는 '윙어'가 아닌 '왼쪽에서 서있는 중앙 미드필더'다. 이는 선수의 움직임을 알 수 있는 히트맵을 통해 극명히 드러난다(참고그림 2).


참고그림 2. 왼쪽은 페르, 오른쪽은 호일렛의 움직임을 나타낸 히트맵. 스쿼카 자료

참고그림 2에서 왼쪽은 28일 아스톤빌라전 페르의 움직임을 나타낸 히트맵이며 오른쪽은 지난 8월31일 선덜랜드전에서 QPR이 시즌 첫 승을 따냈을 때 왼쪽 미드필더로 출전한 전문 윙어 주니어 호일렛의 움직임을 나타낸 히트맵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페르는 왼쪽에 서긴 했지만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지키는 것은 물론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는 역할을 맡았다. 반면 전문 윙어 호일렛은 왼쪽 공격 진영에 서 많이 움직이며 수비가담은 중앙선 정도에 그쳤다.

페르가 호일렛 대신 왼쪽에 위치하며 QPR은 중원에 분명 더 탄탄함을 갖추게 됐다. 게다가 전문 공격수를 두 명이나 두면서 공격면에서도 더 화끈한 화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최근 2경기에서의 QPR의 포메이션과 움직임

하지만 문제가 있다. 페르가 투입되면서 비어버린 왼쪽 공격이다. 그렇다면 이 왼쪽 공격의 공백은 누가할까? 바로 윤석영의 몫이다. 이 윤석영의 역할을 알아보면 자연스레 국내 축구 팬들은 그때 그 시절의 이영표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달라진 QPR, 래드냅은 'Yun'에게서 'Lee'를 원한다(下)에서 계속)

[이재호의 스탯볼]달라진 QPR, 래드냅은 'Yun'에게서 'Lee'를 원한다(下)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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