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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적응기는 필요 없었다. ‘지메시’ 지소연(23·첼시 레이디스)의 유럽 첫 시즌은 그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의미 있는 한해였다. 지소연을 영입한 첼시 측이 제대로 대박을 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소연은 12일(한국시간) 열린 '2014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WSL)' 마지막 라운드 맨체스터 시티 레이디스와의 경기에 풀타임 출전했지만 팀은 1-2로 패하며 리그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이날 경기 전까지 리그 1위를 유지하며 비기기만해도 우승이 유력했던 첼시는 마지막 경기에서 패하며 리버풀 레이디스와 같은 승점(26)임에도 골득실(리버풀 +9, 첼시 +7)에 밀려 우승컵을 내줬다. 리그 우승으로 뛰어났던 올 시즌의 화룡정점을 찍으려 했지만 막판 운이 따르지 않아 지소연의 올해 축구는 그렇게 끝났다.

비록 끝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것으로 지소연의 올 시즌을 폄하할 수는 없다. 한국여자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리그에 진출하며 역사를 쓴 지소연은 만년 하위권에 맴돌던 첼시 레이디스(2011년 6위, 2012년 6위, 2013년 7위)를 택해 다소 의문을 자아냈다.

그러나 데뷔전이었던 브리스톨 아카데미전(4월 13일) 경기 시작 1분 만에 데뷔골을 쏘아 올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자신의 힘으로 첼시의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음을 증명했다.

총 19경기에 출전한 지소연은 무려 9골을 넣으며 놀라운 득점페이스를 선보였다. 9골의 기록은 잉글랜드 여자선수 5위에 해당하는 기록임은 물론, 팀내 최다골(공동 1위 에니올라 아루코 23경기 9골)이다. 이 기록이 의미 있는 것은 1선에서 뛰는 공격수가 아닌 2선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해 얻어낸 득점행진이었다는 점이다.

또한 일본시절 3년간 48경기 21골의 경기당 득점기록(0.43골)을 도리어 잉글랜드에서 뛰어넘었다는 점(0.47골)에서 지소연이 적응기를 넘어 더욱 발전했음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리그컵 대회인 FA WSL 컨티넨탈컵에서는 5경기에 나와 4골을 몰아넣는 맹활약으로 리그컵 MVP 최종 후보 4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네 명중 지소연이 유일한 비(非) 잉글랜드, 외국인 선수며 만약 지소연이 이 상을 수상한다면 남·여를 통틀어 한국인 중 잉글랜드에서 MVP를 차지하는 최초의 선수가 된다.

워낙 맹활약을 선보이다보니 지소연에 대한 팀의 의존도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첼시 측은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지소연의 차출에 대해 ‘조별예선 불참, 8강이후 합류’라는 조건을 내걸더니 우승 경쟁이 심화되자 ‘8강과 4강만 출전, 결승은 차출 불가’를 선언하기도 했다. 지소연 없이 팀이 우승 경쟁에 나선다는 것은 말이 안 되기에 내린 강수였다. 그만큼 지소연은 고작 한 시즌 만에 팀의 중심이 돼버렸다.

첼시는 만년 하위권을 맴돌던 팀이었다. 그런 팀이 FA컵 4강, 리그 2위까지 차지한데에는 분명 올 시즌 영입된 많은 선수들(오기미 유키, 라첼 윌리엄스와 로라 바셋, 길리 플라어티, 케이티 채프먼 등)의 활약 때문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지소연의 영입은 진정한 ‘대박’이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팀을 조율하고 직접 마무리까지 짓는 능력은 첼시가 지소연을 영입할 때 한 “환상적인 계약”이라는 환영인사가 그저 겉치레가 아니었음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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