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리그에서는 최근 3경기에서 6골의 맹폭을 퍼붓고 있지만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에서만큼은 벌써 382분간 무득점 행진을 펼치고 있는 FC서울이 골 결정력 부족에 울상이다.

서울은 17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ACL 4강 1차전 웨스턴 시드니(호주)와의 경기에서 압도적인 공격을 퍼부었지만 끝내 골문을 열지 못하며 0-0 무승부로 마쳤다.

그야말로 서울의 압도적인 공격으로 시작과 끝을 맺은 경기였다. '가둬놓고 때리기만 했다'고 표현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 후반전은 사실상 반코트 경기였다. 그만큼 서울은 경기 내내 맹공을 퍼부었지만 끝내 웨스턴 시드니의 단단한 가드를 뚫지 못한 채 헛심만 뺐다.

경기 종료 직후 서울 최용수 감독도 골 결정력 부족에 통감했다. 최 감독은 "홈에서 승리를 하고 싶었고 많은 기회를 만들었지만 결정력이 아쉬웠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웨스턴 시드니의 토니 포포비치 감독은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1차전에서 0-0의 결과를 가져간 것은 행복한 성과다"며 수비적으로 마친 경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서울은 벌써 3경기 째 ACL에서 무득점에 그치고 있다. 이미 포항과의 8강에서 두 경기 모두 0-0 무승부로 마쳤고 특히 2차전에서는 정규시간 90분 후 연장전 30분에도 끝내 골을 넣지 못했다.

세 경기 도합 300분간 무득점(8강 1차전 90분, 2차전 120분, 4강 1차전 90분)이며 ACL 16강 2차전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전에서 전반 8분 에스쿠데로가 골을 넣고 무득점에 그친 시간도 합치면 무려 382분간 골을 못 넣고 있는 셈이다.

아이러니다. 서울의 감독인 최용수는 국내 최고 공격수 출신. 특히 일본에서 활약할 당시에는 121경기 75골의 경기당 0.62골이라는 신기에 가까운 골 결정력 기록을 가지고 있는 그의 팀이 골 결정력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외신 기자가 경기 후 기자회견에 대해 3경기 연속 무득점에 대해 언급하자 "축구는 골을 넣어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는 스포츠다.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여야한다. 더 자신감과 안정감을 가져야한다"며 스스로 이 기록을 의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서울의 공격수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골을 넣어야 할까. 최용수 감독은 본인의 선수 시절 경험담을 살려 공격수의 마음가짐에 대해 언급했다.

"공격수는 기회를 기다려야한다. '단 한 번의 기회를 살리겠다'는 인내가 필요하다. 기회가 왔을 때는 순간 집중력이 필요하다. 아마 서울 선수들이 상대 밀집 수비에 조급함을 가진 것 같은데 뛰어난 공격수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서울 최용수 감독의 이 말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워낙 뛰어났던 공격수이기에 그가 전하는 마음가짐을 서울 공격수들은 새겨듣고 또 새겨들어야한다.

과연 서울 공격수들은 382분간 무득점이라는 지독한 악몽을 호주원정에서 깨뜨릴 수 있을까. 아니 깨뜨려야한다. K리그에서 유일하게 ACL에 남은 팀으로써 서울의 행보는 그저 서울의 것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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