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 U-16 대회 일본전 2골, 3경기 4골 성공...후반 60m 질주하며 4명 제치는 `환상골'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저희가 준비한대로 하면 일본정도는 가볍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어요."

솔직히 우려가 많았다. 너무 당당한 인터뷰가 아닌가. 나이 어린 선수의 패기라며 걱정하는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승우(16·바르셀로나 후베닐A)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허투루 여기지 않고 정말 그의 말대로 일본을 가볍게 눌렀다. 그것도 한국 축구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환상골이었다.

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16세 이하 축구 대표팀은 14일(이하 한국시간) 태국 방콕 라자만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 U-16 챔피언십 8강 일본전에서 이승우가 2골을 터트리는 활약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내년 칠레에서 열리는 2015 FIFA U-17 세계 청소년월드컵 진출권을 확보했다.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태국전에서 골을 넣으며 맹활약했던 이승우는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저희가 준비한대로 하면 일본정도는 가볍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어요"라는 당찬 인터뷰를 했다. '숙적' 일본을 겨냥한 `당당한 도발'이었다.


태국전 승리 후 방송 인터뷰에서 일본전에 대해 언급한 이승우. SBS 캡처

사실 이 발언은 허언으로 끝날 뻔하기도 했다. 전반 내내 한국이 일본에 고전하며 여러차례 위기에 빠졌던 것. 그러나 한국에는 이승우가 있었다. 이승우는 전반 41분 김정민(15·신천중)의 멋진 도움을 받아 골을 넣더니 후반 시작과 동시에 약 60m이상을 단독 돌파하며 골키퍼까지 젖히는 '원맨쇼'로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특히 두 번째 골은 한국 축구사에서 보기 힘든 환상적인 골로, 앞으로 이승우가 어떤 골을 넣든 자신의 가장 대표적인 골이 됐다. 이 골에 대해 스페인 언론 문도 데포르티보 역시 "놀라운 예술작품 같은 골이다"며 극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승우는 어린 나이인 만큼 그간 패기 있는 발언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를 접한 많은 축구 팬들은 '아직 어린 선수다보니 그런 거지…'하는 대수롭지 반응을 보이기 일쑤였다. 이승우의 플레이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그럴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AFC U-16경기를 통해 국내에 이승우의 플레이가 안방에까지 전달되며 그의 치기 어려 보였던 발언들은 괜한 자신감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는 것이 증명됐다.

물론 이러한 플레이를 프로레벨에서 보여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아직 프로까지 되는데 분명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이승우는 이번 대회에서 3경기 4골을 넣으며 최소한 자신의 다소 당돌했던 말들을 모두 지켜냈다. 앞으로 남은 4강과 결승전도 중요하지만 이번 AFC U-16 대회는 '이승우를 위한 대회'로 기억될 공산이 크다. 이승우는 진짜였다.

사진=한국아이닷컴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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