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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인천=김명석 기자] 어쨌든 이겼다. 3골차 완승을 거뒀다. 그러나 상대는 한 수 아래의 팀이었다. 어쩌면 '이길 수 있느냐'보다는 '어떻게 이기느냐'가 더 중요했던 경기였다. 그래서 말레이시아전은 승리에 대한 기쁨만큼이나 아쉬움도 남은 경기였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4일 오후 5시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A조 첫 경기에서 임창우의 선제골과 김신욱, 김승대의 연속골로 3-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A조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결과만 보면 기분 좋은 출발이다. 더구나 상대는 수비에만 집중한 팀이었다. 그러나 결과에만 만족하기에는 분명 경기력에서 아쉬움도 컸던 경기였다. '승장' 이광종 감독마저도 경기 후 "결과에는 만족하나 경기력에는 만족할 수 없는 경기"라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높았던 김신욱 의존도, 답답했던 전반전

'와일드카드' 김신욱은 명실상부한 이광종호 전술의 핵심이다. 김신욱의 포스트플레이를 활용한 2선 공격수들의 공격 가담은 일찌감치 이번 대표팀의 주 전술로 자리를 잡았다.

이광종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그러나 말레이시아전은 김신욱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특히 전반전의 경우 한국의 전술은 김신욱의 머리에만 기대는 측면이 워낙 강했다. 측면이든 후방이든 대부분의 패스가 김신욱의 머리를 향해서 날아가기 급급했다. 더구나 크로스나 롱패스의 정확성이 떨어지면서 자연히 공격 기회도 번번이 무산됐다.

상대 역시도 일찌감치 그 전술을 파악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말레이시아 수비진은 다른 루트에 대한 방어보다 김신욱을 향한 롱패스를 차단해내는 것에 집중했다. 자연히 당초 기대했던 포스트플레이에 이은 2선 공격수들의 슈팅 기회도 좀처럼 나오지 못했다.

결국 한국은 전반전을 답답한 공격 흐름 속에 마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코너킥 상황에서 임창우의 귀중한 선제골이 나왔지만, 필드플레이 상황에서는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이날 한국의 전반전 점유율은 무려 70%, 그러나 의미 있는 수치는 아니었다.

예견된 상대의 수비전술, 자꾸만 어긋난 조직력

사실 수비적인 상대를 어떻게 공략하느냐에 대한 문제는 이광종호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한국을 상대로 대부분의 팀들이 수비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았던 까닭이다.

실제로 이날 말레이시아는 공격수마저 중앙선 아래로 내려와 수비에만 몰두했다. 기록상으로도 한국은 슈팅수 13-3이라는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예견된 상대의 전술에도 불구하고 이광종호는 그 해법을 좀처럼 꺼내들지 못했다.

그나마 후반 들어 김신욱이 활동폭을 넓히면서 2선 공격수들에게 공간이 생기는가 싶었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였다. 이미 두텁게 수비진형을 갖춘 상대를 무너뜨릴 그 이상의 한 방이 나오지 못했다. 상대를 무너뜨릴 빠른 패스플레이도, 절묘한 개인기에 의한 돌파도 없었다.

결국 조직력의 문제였다. 전방에서 유기적인 움직임이나 톱니바퀴처럼 맞아 떨어지는 패스가 없다보니 공격 기회도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이광종 감독 역시도 "빠른 원투패스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조직적인 움직임이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그나마 한국은 후반 종반에 다다른 뒤에야 김신욱과 김승대가 연달아 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는 한국의 전술적인 성공에 의한 득점이 아니었다. 김신욱과 김승대의 개인기량, 그리고 후반부 급격하게 떨어진 상대의 집중력이 적지 않게 작용한 결과였다.

과감하지 못했던 교체카드와 전술변화

과감하지 못했던 교체카드와 전술변화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이광종 감독은 이날 3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활용했다. 안용우, 임창우, 윤일록 대신 각각 김영욱, 최성근, 문상윤을 차례로 투입했다.

3장의 교체카드는 모두 동일한 포지션의 선수들로 맞교체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4-2-3-1이라는 전체적인 전술의 틀은 변하지 않았다. 이광종 감독은 상대를 더욱 몰아치기 위한 과감한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둔 셈이다.

물론 1-0이라는 리드 상황을 감안할 때 굳이 무리수를 던질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경기 양상 자체가 경기를 압도하고도 골을 넣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더구나 홈경기라는 특수성도 있었다. 앞으로의 경기를 위해서라도 전술의 변화, 혹은 공격수의 추가 투입 등 보다 과감한 선택을 고려해볼 만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이광종 감독 역시 "경기를 하다보면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대표팀은 약 2주 동안 호흡을 맞춰온 팀이다. 결과만큼이나 그에 걸맞는 경기내용을 보여줘야 할 시기다. 말레이시아전 완승이라는 기쁨에 취해있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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