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한국은 전통적으로 아시아에서 뛰어난 공격수가 많았다. 오죽하면 일본에서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로 평가받고도 대표팀에서 입지가 불안했던 최용수를 두고 '대표팀에 저렇게 중용하지 않을 거면 우리가 쓰고 싶다'는 뜻을 전할 정도로 한국의 공격수들은 항상 아시아에서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 대표팀에는 '공격수 계보가 끊겼다'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동국-박주영 이후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 것. 물론 박주영은 계속 활약할 수 있는 나이지만 소속팀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나마 계보를 이을 선수는 김신욱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기 때문.

결국, 이번 9월 A매치 대표팀에는 한국 나이로 서른여섯인 이동국이 재발탁 됐다. 이동국의 발탁은 당연한 일이다. 현 K리그에서 이동국보다 나은 공격수가 마땅치 않기 때문. 가장 뛰어난 선수가 들어가야 하는 것이 대표팀이기에 그의 발탁에 의문을 품기보다 그만한 선수가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품고 있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최강희 전북 감독은 '애제자' 이동국의 대표팀 승선을 두고 "개인적으로 이동국이 선발된 것이 기쁘지만, 한편으론 대표팀 스트라이커로 꼽을 만한 젊은 선수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이것이 지금 한국 축구의 현주소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상윤 전 성남 감독대행 역시 "한국 프로 선수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 속에서 대표팀 선수가 나올 수 있다"며 "외국인 공격수가 많다고 해서 소속팀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하는 것은 간절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현장 일선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한국 선수들은 분명 발전이 더디다.

그렇다면 현역 선수가 보는 공격수 부족 현상은 어떨까. 그저 '잘했기 때문에' 원치 않게 논란의 중심에 선 이동국은 2일 A대표팀 소집 때 "많은 후배가 스트라이커 자리를 외면하고 다른 포지션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쉽다"며 잦은 위치 이동을 공격수 부족의 이유로 꼽았다.


양태훈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스트라이커는 여론의 비난이 필수적인 자리다. 이동국 역시 "후배 공격수들이 비난을 감수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공격수는 축구에서 그 어떤 포지션보다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포지션다. 하지만 그만큼 크나큰 비난 역시 뒤따른다. 모르긴 몰라도 이동국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칭찬과 비난을 동시에 받아본 선수기에 그의 말이 주는 무게가 분명 다르다.

최근 현장 일선에서 한국 축구의 공격수 계보가 끊긴 것에 대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이유로 역시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제로톱과 같은 전술이 나오면서 최전방 공격수의 입지가 줄어든 세계 축구의 경향도 있긴 하지만 여전히 한방을 해줄 수 있는 공격수의 존재는 필수불가결이다.

이동국이야말로 한국 프로축구 선수 중 재능과 개인의 노력이 결합한 끝판왕인 선수다. 그렇기에 한국 나이 서른여섯에 여전히 한국 최고의 클럽팀에서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며 대표팀까지 뽑힐 수 있었다. 과연 지난 10여 년간 이동국만큼의 노력을 기울이고 비난의 쓴잔을 묵묵히 들이킨 선수가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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