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한때 '국민 PC 게임'이었던 스타크래프트에는 ‘3연벙’이라는 전설 같은 일화가 있다. 이제는 방송인으로 유명한 전(前) 프로게이머 홍진호와 임요환이 그 주인공. 2004년 홍진호는 '2004 EVER 스타리그' 4강전에서 임요환에게 3경기 연속 벙커링(테란의 기본 병력인 마린과 SCV만으로 벙커를 지어 경기를 초반에 끝내는 전략)에 당하며 패배했다. 도박과도 같은 벙커링에 세 번 연속 당하며 홍진호가 대회에서 탈락하자 스타크래프트 팬들은 ‘3연벙(3번 연속 벙커링)’이라는 말로 이 승부를 회자하며 전설이 됐다.

스타크래프트에 이 ‘3연벙’이 있다면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도 이에 필적할만한 서울 골키퍼 유상훈의 ‘3연방(3번 연속 방어)’이 나왔다. 분명 유상훈의 ‘3연방’은 전설이 되기 충분하다.

서울은 27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8강 2차전에서 연장전 포함 120분동안 0-0으로 경기를 마치며 승부차기로 이어진 경기에서 유상훈의 3연속 선방에 힘입어 포항을 잡고 ACL 4강에 올랐다.

이날 경기의 대미는 역시 승부차기였다. 총 210분(1차전 90분, 2차전 연장포함 120분)의 대혈투에도 0-0으로 끝난 경기는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서울의 골키퍼 유상훈은 포항의 첫 번째 키커였던 황지수, 두 번째 키커였던 김재성, 세 번째 키커였던 박희철의 킥 모두 막아내며 기적과도 같은 승리를 일궈냈다.

유상훈은 높은 공, 낮은 공, 오른쪽, 왼쪽을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날아다니며’ 세 번의 PK를 모두 막았다. 그야말로 전율이었다. 경기 종료 후 시상된 당연히 팬이 뽑은 MVP와 경기 공식 MOM(최우수 선수)은 유상훈의 차지였다.


'3연벙'에 대한 기억을 털어놓는 홍진호. MBC '라디오스타' 캡처

유상훈 본인도 어리둥절해 했다. 그는 "포항 키커들이 승부차기에 들어서면서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았다. 1번 키커와 2번 키커 슛을 모두 막아낸 후 자신감이 생기면서도 어리둥절했다”는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 것.

3연속 승부차기 선방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승장’ 서울의 최용수 감독 역시 “선수생활이나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세 번 연속으로 승부차기를 막아내는 골키퍼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중요한 시기에 자신의 역할을 해줘서 정말 고맙다. 칭찬해주고 싶다"며 유상훈의 '3연벙'을 극찬하기도 했다.

‘패장’ 포항의 황선홍 감독 역시 “선수생활을 하며 세 번 연속으로 골키퍼가 승부차기를 막는 것은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선수도 놀라고, 양팀 감독도 혀를 내둘렀고 관중들은 열광했다. 마침 이 선방쇼는 서울의 ACL 정상 재도전(지난해 준우승)에 중요한 발판이 됐다. 스타크래프트에 ‘3연벙’이 전설이 됐다면 서울 유상훈 골키퍼가 보여준 ‘3연방’ 역시 전설이 되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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