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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태극낭자' 지소연(23)의 모든 행보는 한국 여자 축구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15세 282일의 나이에 터뜨린 골(2006 아시안게임 대만전 두골)은 대한민국 축구사를 통틀어 가장 어린나이에 기록한 A매치 골이다. 2010 FIFA U-20 여자 월드컵에서는 한국 선수 최초로 FIFA 주관대회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여자선수 최초로 축구의 본고장인 잉글랜드 리그까지 진출하며 국내 여자축구의 '최초, 최고'에 관련된 대부분의 기록을 쌓고 있는 것이 바로 지소연이다.

국내에서 그의 별명은 이미 전설이 된 리오넬 메시(27·아르헨티나)를 빗대 '지메시'다. 비록 남자축구에 비해 큰 인기를 끌고 있진 못하는 것이 여자축구지만, 여자축구하면 지소연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그녀가 소속된 팀은 첼시 레이디스. 세계 최고의 축구클럽 첼시의 여자팀으로 회장이 무려 첼시의 주장이자 전설 존 테리다. 비록 남자팀만큼 뛰어나진 않지만 첼시라는 이름값이 주는 위엄은 대단하다.

지난 2월 한국인 최초로 잉글랜드 여자 슈퍼리그(FA Women's Super League 이하 WSL)를 밟았던 지소연은 어느덧 영국생활을 반년이나 한 런더너(Londoner)다. 입단 당시엔 하나도 모르던 영어가 이젠 떠듬떠듬해서라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고 경기장 영어는 완벽하게 익혔다.

큰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현지 생활에도 잘 적응한 지소연은 본업인 축구에서도 단연 리그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8일까지 리그와 컵 대회 포함 12경기에 출전한 지소연은 팀내에서 가장 많은 무려 7골이나 넣으며 득점랭킹 공동 5위에 올라있다. 이 기록이 가치 있는 것은 아시안컵 차출로 인해 다른 선수보다 세 경기나 덜 뛰었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잉글랜드 무대에 적응하는데 전혀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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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엔 그럴지 몰라도 새로운 리그에 적응하는데 많이 힘들었어요. 잉글랜드 리그는 그 유명한 독일리그나 미국리그보다 더 거칠거든요. 처음엔 압박도 강하고 플레이도 거칠다 보니 많이 힘겨웠죠. 연습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고 했어요. 어떻게 하면 빨리 적응하고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지 감독님과 선수들과의 소통을 통해 풀어간 덕이라고 생각해요."

스포츠 한국과의 통화에서 그녀의 말투는 천상여자였다. 그녀는 경기당 0.4골이 넘는 놀라운 기록에 대해 언급하자 "아, 그런가요. 잘 몰랐어요"라며 수줍어한 뒤 "매 경기 공격 포인트에 대한 욕심을 가지긴 해요. 골을 항상 의식하고 있죠. 연습 때 슈팅연습도 많이 하고 코너킥, 프리킥 전담키커로 나설 때도 욕심을 내고 있어요"라고 조근조근 말했다.

수줍고 조근조근 목소리 속에서도 축구얘기를 꺼낼 때면 당당하고 분명한 말투다. 이러니 왜소한 체구(161cm, 50kg)에도 쟁쟁한 유럽선수들을 지휘하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됐다.

"팀이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써요. 거기서 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고 있죠. 감독님께서 저에게 볼을 많이 터치하라고 주문하세요. 플레이메이커 역할인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득점 기회가 많이 올뿐이에요."

겸손해했지만 분명 지소연 합류 이후 첼시 레이디스는 달라졌다. 8개팀 중 7위를 했던 지난 시즌 성적은 올 시즌 리그 2위(5승 2무 1패 승점 17)로 180도 바뀌었고 이제 리그 우승도 눈앞이다. 많은 선수들이 영입된 변화의 효과를 보고 있지만 특히 지소연의 맹활약은 그 변화 속에서도 특히 눈에 띈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우승 한번 해보자'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에요. 그만큼 자신감이 생긴 거죠. 2위안에 들면 내년 여자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데 거기에 출전해 골까지 넣는 게 목표예요. 물론 챔피언스리그를 정말 '챔피언'이 되고 나가면 좋겠죠. 선수들 모두 이 악물고 훈련하고 있어요."

지소연은 잉글랜드 무대로 진출하기 전 일본 여자프로리그에서 활약했다. 2011년 지소연이 입단한 뒤 소속팀 고베 아이낙은 3년간 리그 우승을 휩쓸었다. 지소연은 일본서 2011, 2012 일본 나데시코리그 베스트11(미드필더), 2013 몹캐스트컵 MIP 등 많은 상을 휩쓸었고 마지막 시즌에는 팀 4관왕에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지소연은 "일본은 정말 여자축구가 인기가 많아요. 물론 잉글랜드도 인기가 조금씩 오르고 있지만 일본만큼은 아니에요"라며 은연중에 일본 여자축구의 인기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사실상 여자축구 볼모지인 한국의 대표선수 지소연은 곧 다가오는 인천아시안게임 차출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팀 분위기가 중요해요. 아시안 게임 전까지 팀 성적이 좋다면 보내줄 거라고 믿어요. 팀 매니저와 얘기를 하며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긴 해요. 아마 간다면 조별예선 경기는 못 뛰고 8강부터 합류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여요. 물론 아직 전혀 확정된 건 아니라 조심스럽네요. 하지만 뽑아주신다면 나라를 위해 금메달을 따도록 최선을 다할 거예요."

겨우 6개월 차인 잉글랜드 생활이지만 적응기 따위는 없는 듯 지소연은 유럽무대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최근 4년간 3번의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지소연은 이미 국내에서는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이미 수많은 최초·최고의 기록을 남기며 한국을 넘어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지소연이 써내려갈 또 다른 역사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지소연 프로필

▲생년월일 : 1991년 2월 21일생 ▲태어난 곳 : 서울 ▲신체조건 : 161cm, 50kg ▲가족관계 : 1남1녀 중 장녀 ▲소속 : 첼시 레이디스 FC ▲출신교 : 오주중-동산정보산업고-한양여자대학 ▲주요경력 : 2010 2011 2013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선수상, 2010년 FIFA U-20 여자 월드컵 실버 볼(Silver Ball) 실버 슈(Silver Shoe, 6경기 8골), 2011 2012 일본 나데시코리그 베스트11(미드필더), 2013 몹캐스트컵 MIP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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