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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인천=김명석 기자] ‘우리는 강등하지 않는다.’

인천과 울산이 격돌한 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경기 시작 전 인천 서포터스는 의미심장한 걸개를 걸었다. 또 선수들을 향해 “할 수 있어 인천!”이라는 우렁찬 구호를 외쳤다.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으라는 팬들의 간절한 외침이었다.

팬들로부터 시작된 의지는 곧 선수들의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인천은 이날 경기 초반부터 거센 압박을 펼치며 울산을 압박했다. 덕분에 시종일관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결국 후반 진성욱과 최종환의 연속골이 터졌다. 경기는 인천의 2-0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여러 모로 값진 승리였다. 3개월, 7경기 만에 누린 승리의 기쁨이었다. 동시에 이날 경기가 없었던 경남을 끌어 내리고 최하위에서도 벗어났다. 최근 “12위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다”며 아쉬워하던 김봉길 감독의 얼굴에도 오랜만에 미소가 번졌다.

포기하지 않은 집념, 반등의 기회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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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인천의 경기는 유독 아쉬움이 짙었다. 잘 하고도 승리와는 유독 인연이 닿지 않았다. 심지어 선두 포항을 상대로 잘 싸우고도 비겼다. 승리를 ‘놓쳤다’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경기가 많았다.

게다가 부산, 경남 등 다른 하위권 팀들의 부진도 이어졌다. 반등의 기회를 잡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기회를 눈앞에 두고도 번번이 스스로 놓쳤다. 김봉길 감독이 “밖에 나가기도 어려웠다”고 토로했던 시기와도 맞물려 있다.

그러나 인천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조금씩 퍼즐을 맞춰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울산을 꺾고 그 결실을 맺었다. 국가대표 골키퍼 김승규를 무너뜨린 공격도, 2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한 수비도 탄탄했다. 내용과 결과, 모두를 잡아냈다. 경기 전 팬들의 간절한 외침과 바람에 마침내 결과로 보답했다.

물론 3일 경남과 서울의 경기 결과에 따라 인천은 다시 최하위로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순위가 아니다. 길고 길었던 터널을 지나 마침내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특히 아쉽게 승리를 놓쳐오던 팀이 마침내 승리하는 방법을 깨우치기 시작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AGAIN 2012 노리는 인천, 이제는 '비상(飛上)'만이 남았다

물론 이제 겨우 2번째 승리일 뿐이다. 순위는 여전히 강등권이다. 승리의 감격에 젖어있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천수가 경기 후 “오늘 승리는 오늘로 끝”이라며 냉정한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업었던 이유다.

그러나 믿는 구석이 있다. 특히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인천이기에 더욱 기대가 갈 수 밖에 없다. 인천은 이미 2년 전 '기적'을 썼던 기억이 있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의 흐름과 거의 비슷하다.

2012시즌 당시 인천은 12경기 연속 무승의 부진에 빠졌다. 허정무 감독이 물러나고 김봉길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에도 인천은 아쉽게 승리를 놓치는 경기가 많았다. 12연속 무승 과정에서 2골차 이상 패배는 단 1경기 뿐, 그 외에는 모두 1골차로 지거나 아쉽게 비겼다. 지금처럼 반등의 타이밍만 잡으면 언제든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17라운드 상주와의 경기에서 길었던 슬럼프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그 이후 인천은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한때 12경기 연속 승리가 없던 팀은 이후 28경기에서 16승 9무 3패라는 경이적인 성과를 올렸다. 이른바 ‘봉길매직’이 탄생한 배경이자 김봉길 감독이 여전히 건재한 올 시즌 인천을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김봉길 감독과 인천 모두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최근 "반전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계속 외쳤던 이유다. 그리고 마침내 인천은 그 발판을 마련했다. '어려울 수록 더욱 더 강해진다'던 인천은 이제 다시 한 번 비상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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