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레버쿠젠 경기를 보기 위해 모인 관중들의 모습.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국가대항전도 아니었고 컵대회 결승, 리그 우승의 향방이 갈리는 경기도 아니었다. 그저 친선경기와 이벤트 경기였을 뿐이다. 게다가 평일 밤에 열린 경기였고. 날씨도 후덥지근했고 비도 와서 좋지 못했다. 하지만 25일 열렸던 K리그 올스타전에는 무려 50,113명의 관중이, 30일 레버쿠젠과 서울의 친선경기에는 46,722명의 관중들이 운집했다.

30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LG전자 초청 바이엘 04 레버쿠젠 코리아투어 2014' FC서울과 레버쿠젠의 경기는 전반 24분 카림 벨라라비와 후반 14분 나온 스테판 키슬링의 골에 힘입어 레버쿠젠이 서울을 2-0으로 꺾었다.

친선경기답지 않게 경기는 매우 치열했다. 부상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염려될 정도로 거친 플레이도 오갔고 선수들의 승부욕은 피치를 넘어 관중석, 브라운관까지 전해졌다. 그러다보니 경기는 일반 리그 경기처럼 재밌게 흘러갔고 자연스레 경기장을 찾은 4만6천여 관중들의 볼거리는 풍족해졌다.

레버쿠젠은 역시 분데스리가의 강호다웠다. 손흥민이 경기전 기자회견에서 “유럽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팀다운 경기력을 보이겠다”고 했는데 이는 괜한 말이 아니었다 싶을 정도였다. 서울 역시 아시아의 대표클럽인만큼 충분히 선전했다. 꽤 많은 기회를 만들어냈고 골과 다름없는 장면도 여럿 있었다. 보완점도 뚜렷했지만 이정도면 유럽의 강호 레버쿠젠에게 아시아축구의 위용을 보이기에 충분한 경기력이었다. 경기 후 로저 슈미트 감독이 “서울의 경기력에 놀랐다. 좋은 팀이다”는 말이 립서비스로 들리지 않은 까닭이다.

2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2014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 with Team 박지성' Team K리그와 Team 박지성의 경기에는 서울-레버쿠젠전 보다 많은 50,113명의 관중이 찾았다. 단 5일 동안 두 경기에 무려 96,835명의 관중이 모인 것. 모르긴 몰라도 연속되는 두 경기에 이렇게 많은 관중이 찾은 것은 한국 스포츠 역사상 존재하지 않은 기록일 것이다.

이제 이 흥행을 이어갈 수 있느냐 마느냐는 K리그에 달렸다. 물론 이 두 경기는 박지성의 은퇴식(올스타전), 손흥민의 소속팀 경기(서울-레버쿠젠전)라는 특수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 두 경기 모두 경기 시작 전 흥행몰이에 성공했고 경기 내용면에서도 재미와 수준 모두를 갖추며 관중들을 매료시켰다.

만약 이 두 경기 모두를 본 관중이라면 다시 한 번 축구경기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그런 팬들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이번 주말 열리는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의 의무다.

최근 한국축구는 월드컵이라는 큰 산에 막혀 침체기를 맞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 두 경기를 통해 축구 붐이 생길 수 있는 씨앗이 마련됐다. 그 씨앗을 키우는 것은 이제 K리그가 해야 할 일이다. 물론 팬들도 함께 애정을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다가오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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