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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축구경기가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 싶었다. 정말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보다 재밌었다. 박지성의 은퇴식을 겸해 열린 올스타전으로 그 자체의 '감동'은 물론 50,113명의 관중이 모인 '흥행', 거기에 큰 웃음 빵빵터지게 한 '재미'까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2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 with Team 박지성' Team K리그와 Team 박지성의 경기는 6-6 무승부로 사이좋게 마무리됐다.

웃음의 출발선을 끊은 것은 '맏형' 김병지였다. 김병지는 경기 시작 전 자신의 SNS를 통해 "2001년 히딩크 감독님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는데, 오늘 올스타전에서 히딩크 감독님을 한 번 더 깜짝 놀라게 하겠다"는 글을 게재한 바 있다.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란 바로 그 유명한 '김병지 드리블 사건'. 2001년 A매치 경기 중 김병지는 골키퍼임에도 하프라인까지 드리블을 해 실점위기를 자초했고 이에 분노한 거스 히딩크 감독은 곧장 그를 교체 시켰고 이후 김병지는 주전경쟁에서 밀린 바 있다.

'설마 설마' 했지만 전반 29분, 김병지는 공을 잡자마자 빈공간이 생긴 것을 보고 왼쪽 측면 쪽으로 '폭풍 드리블'을 하며 큰 웃음을 줬다. 이내 상대 수비에게 골을 뺏기며 더 큰 웃음을 자아냈고 실점 기회까지 허용하자 관중들은 웃음 섞인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김병지는 코너킥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해 헤딩까지 시도하기도 했다. 또한 김병지는 첫 골이 터지자 골 세레모니로 박지성의 신부가 돼 박지성과 결혼식 퍼포먼스를 한 뒤 부케까지 던지는 센스를 발휘해 괜히 축구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가 아님을 보여주기도 했다.

전반전이 끝나고 하프타임에는 또 다른 웃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7년 만에 부활한 이어달리기가 열린 것. 첫 번째 주자로 나섰던 박지성은 현역 선수들에 비해 월등히 느린 속도로 큰 웃음을 줬다. 현역에서 은퇴한 박지성으로써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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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의 달리기에서 재미가 나왔지만 더 큰 웃음은 마지막 주자 이동국에게 있었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선두로 바통을 이어받았던 이동국은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실수로 바통을 떨어뜨렸고 순식간에 1위에서 꼴등으로 쳐진 채 이어달리기를 마쳤다. 이동국은 "뒤에서 강수일이 쳤다.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다"고 말해 5만 여 관중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전반 30분 잠시 휴식을 위해 교체아웃됐던 박지성이 후반 7분 다시 교체해 들어오자 5만여 관중들은 박지성의 응원가인 '위송빠레'를 외치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배꼽 쏙 빼놓은 올스타전에서 감동 역시 빠질 수 없었던 것. 박지성은 곧 골을 넣으며 자신을 반겨준 관중들의 환호에 보답하기도 했다.

일명 '펠라이니 가발'인 파마 가발 역시 웃음 포인트였다. 골 세레모니를 위해 차두리가 썼던 이 가발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골키퍼 김승규가 가발을 쓴채 경기를 해 웃음을 줬고 이후 공격수 이천수에게까지 이어졌다. 이천수는 가발을 손에 들고 뛰다 상대수비에게 가발을 던져 수비수를 농락하는 '기상천외한 드리블'을 보여주며 웃음을 줬다.

후반전 주심을 맡은 최용수 FC서울 감독 역시 남다른 센스로 기지를 발휘했다. 스로인 반칙을 범한 현영민에게 달려가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동시에 보여주며 선택하라는 제스처를 보였고 현영민은 옐로카드를 받은 뒤 인사를 한 것. 이는 전반전 주심이었던 하석주 전남 감독이 PK선언 후 반칙을 범하지도 않았던 박지성에게 옐로카드를 주며 웃음을 유발한 것 이상으로 큰 재미를 줬다.

이외에도 다양한 골세레모니, 감독들의 심판 변신, 선수들의 갖가지 기이한 행동 등 수없이 많은 사연들이 이번 올스타전을 장식했고 결국 올스타전 역사에 남을만한 감동과 흥행(50,113명, 역대 5위) 그리고 '예능'보다 재밌는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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