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성 보장' 기술위 12년만에 재탄생… 차기 감독 선임도 탄력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신임 기술위원장 ⓒ대한축구협회 재공
[스포츠한국미디어 김명석 기자] 이용수(55) 세종대 교수가 대한축구협회 신임 기술위원장에 선임됐다. 새로운 기술위원장이 선임되면서 대표팀의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대한축구협회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술위원회를 이끌어갈 적임자로 이용수 현 미래전략기획 단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이용수 위원장의 선임 배경에 대해 "기술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고 축구팬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 선임이 확정됨에 따라 황보관 전 기술위원장을 비롯한 기존 기술위원회는 해산됐다. 새로운 기술위원회는 이용수 위원장을 중심으로 이르면 다음 주 개편될 전망이다.

이용수 기술위원장, 12년 만에 돌아온 '4강 신화 주역'

새 기술위원장으로 선임된 이용수 위원장은 기술위원을 거쳐 지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기술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12년 만에 '한국 축구의 부활'이라는 중책을 떠안고 복귀했다.

이용수 위원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4강 신화를 이끈 숨은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의 영입을 직접 추진하고 영입한 과정의 중심에 바로 이용수 위원장이 서 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당시 기술위원장으로서 히딩크 감독을 향한 외압과 외풍을 모두 막아냈다. 또 과거 기술위원회처럼 선수 선발에 간섭하는 일도 없었다. 철저히 기술위원회의 역할에 열중하며 히딩크 감독을 지원했다.

그 결과 히딩크 감독은 흔들리지 않고 대표팀을 이끌었다. 또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를 썼다. 당시 히딩크 감독과 기술위원회의 호흡은 역대 대표팀을 통틀어 가장 완벽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독립성 최대한 보장"

이용수 위원장이 중심이 된 2000년 초반 당시 기술위원회는 역대 기술위 가운데 가장 독립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이용수 위원장의 선임과 함께 이루어질 기술위원회의 전면 개편 역시 독립성의 보장이 핵심이다.

실제로 전 기술위원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독립성의 부족이었다. 위원장이 사실상 협회 간부급 직원이었던 만큼 협회 내부 의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기존 기술위원회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존재라는 지적을 받아온 이유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이번 기술위원회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기술위의 독립성을 철저히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축구협회 내부에서도 기존 기술위원회의 독립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인정한다는 반증이다.

여기에 기술위원회의 역할 및 권한도 강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협회 내 결재라인 배제, 정몽규 축구협회장과의 직접 대면 권한 등을 가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기술위원회가 한국 축구의 발전과 각급 국가대표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지원 기구로서의 역할을 비로소 되찾게 되는 셈이다.

첫 과제는 기술위원 선임… 화두는 다양성과 규모의 변화

이용수 기술위원장의 첫 과제는 새 기술위원들의 선정이다. 대한축구협회와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협의를 통해 조속히 기술위원을 선임할 예정이다.

관심사는 과연 누가 새로운 기술위원으로 선임될지 여부다. 기존 기술위원회는 황보관 위원장을 중심으로 안익수 전 감독과 오승인 광운대 감독, 윤영길 한국체대 교수, 최수용 금호고 감독, 윤종석 장훈고 감독, 김경수 공릉중 감독, 정태석 분당베스트병원 재활센터장으로 구성됐다.

물론 기술위원회의 역할은 성인 남자대표팀만을 지원하는 기구는 아니다. 유소년과 여자축구 등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다양한 연령대 팀 감독들이 위원으로 구성된 이유다.

그러나 가장 큰 비중은 역시나 대표팀이다. 다만 위원들의 경력 등을 고려할 때 대표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또 대부분의 위원들이 지도자들이라는 한계도 있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위원회는 다양성을 갖춘 위원들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최근 은퇴한 국가대표 출신 선수의 선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또 비선수출신의 축구 전문가들도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전·현직 지도자 출신에 얽매이기보다는 현대 축구의 흐름을 이해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원들의 선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위원장 포함 8명이었던 기존 규모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기술위원회의 규모와 관련된 별도의 규정은 없다. 보다 더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

탄력이 붙게 될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

기술위원 선임이 이루어지면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도 본격적으로 착수될 전망이다. 특히 이미 기술위원장 경험이 있는 이용수 위원장의 선임으로 차기 감독을 선임 과정은 더욱 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장 큰 관심사가 될 외국인 감독 선임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용수 위원장은 이미 지난 2001년 국내 감독보다 경험과 지도 방법, 전술 변화 능력을 토대로 국내 감독이 아닌 외국인 감독 선임을 주장했고,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또 최근 국내 감독들이 연이어 실패한데다가 여론이 외국인 감독을 원하고 있는 만큼 이용수 위원장 스스로도 외국인 감독 선임에 먼저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감독의 권한을 철저하게 보장하는 이용수 위원장이 기본 철학도 새로운 감독 선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이용수 위원장은 기술위원회가 해야 하는 역할, 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정확히 알고 있다. 지난 2002년 당시에는 히딩크 감독이 흔들리지 않도록 기술위원장으로서 역할을 다했다. 또 2011년에는 "기술위원회도 선수 선발에 권한이 있다"던 이회택 당시 기술위원장의 발언에 "말이 안 되는 논리"라며 맞서기도 했다.

결국 이용수 위원장이 중심이 된 기술위원회는 선수 선발 등 감독의 권한을 철저하게 보장함과 동시에 전폭적인 지원 역시 아끼지 않을 전망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감독의 물색과 협상이 보다 더 수월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오는 28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향후 계획 등을 상세히 밝힐 예정이다. 이용수 위원장의 이 기자회견은 추락한 한국 축구의 재도약을 위한 도약의 첫 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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