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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오랜만에 빅클럽과 연결된 한국선수의 소식이 나와 국내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수에게 빅클럽을 갈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기에 어떻게든 붙잡는 것이 당연하다.

영국의 언론들은 20일(이하 한국시간) '아스톤 빌라행이 유력하던 기성용(25·스완지시티)이 아스널로부터 제의를 받은 후 고민 중'이라고 보도했다.

아스널이 기성용에게 이적제의를 했는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기성용이 아스널에 가는 것이 좋은 선택이냐 아니냐의 문제다.

일각에서는 기성용의 아스널행은 이미 실패한 박주영의 경우에 비춰 무모한 도전이라고 한다. 프랑스 리그1의 AS모나코에서 활약하던 박주영은 2011년 여름, 아르센 벵거 감독의 부름을 받고 아스널로 이적했다. 하지만 3년간 아스널 생활 동안 리그 출전은 세 경기에 그치며 완벽한 실패로 끝났고 현재 무적선수로 새 소속팀을 찾고 있다.

이렇게 실패한 경우가 있으니 아스널행은 좋지 않다는 여론도 분명 이해가 된다. 하지만 기성용과 박주영의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박주영은 이적 당시 새로운 소속팀에 적응해야한다는 과제는 물론 새로운 리그에 적응해야한다는 부담감까지 안고 있었다. 게다가 이적시장 막바지에 아스널로 합류하는 바람에 몸상태를 끌어올리는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기성용은 이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에서 인정을 받은 선수다. EPL 첫팀이었던 스완지시티와 지난 시즌 활약한 선덜랜드에서 모두 주전급으로 활약했다. 즉 리그 적응에 대한 걱정은 필요가 없고, 이적이 급박하게 진행되는 것도 아니라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데 부담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스널은 지난 시즌 4-2-3-1 포메이션만 고집했다. 여기서 '2'의 위치인 중앙 미드필더나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는 기성용의 실질적인 경쟁자는 미켈 아르테타, 아론 램지, 마티유 플라미니, 잭 윌셔다. 물론 이외에 부상에서 회복한 아부 디아비와 추가영입 선수들이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대단한 경쟁자들이지만 어느 빅클럽이나 이 정도 경쟁은 이겨내야 한다. 박지성 역시 처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갔을 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올레 군나르 솔샤르, 라이언 긱스, 키에런 리차드슨 등 만만치 않은 선수들과 주전경쟁을 해야 했다.

박지성이 맨유의 이적제안을 받았을 때 그의 아버지 박성종씨는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일단 가자.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박주영 역시 아스널행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로 "그런 빅클럽에 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스널과 같은 빅클럽의 이적제안은 흔히 오는 기회가 아니다. 결과가 어찌되든 일단 가서 도전해보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설령 아스널에서 실패한다할지라도 이미 EPL에서 검증받은 기성용은 임대 등 여러 방법으로 이적을 모색할 수 있다. 또한 실패하더라도 1989년생인 그에겐 여전히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그동안 기성용은 꾸준히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을 이적팀의 첫 조건으로 두고 현명한 판단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현명함보다는 과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상치 못한 과감성이 성공을 불러오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만약 정말로 기성용이 아스널의 이적제안을 받았다면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저 수락하고 계약서에 사인하면 된다. 선수로써 그런 빅클럽에서 오는 제안을 쉽게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고는 크나큰 시련을 깼을 때만 완성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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