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친한 선수들이 모인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기자회견장을 지배했지만 한국축구계의 큰 거목이 된 만큼 그들이 내뱉은 축구계 현실에 대한 일침은 더욱 뼈 아프게 다가온 기자회견이었다.

17일 오전 11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는 2014 하나은행 올스타전 기자회견에는 `팀 박지성'의 대표선수 박지성과 이영표, 팬투표 1,2위를 차지한 `팀 K리그'의 김승규와 차두리가 참석했다.

정인영 아나운서의 사회 속에 진행된 기자회견은 전체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두드러졌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루키로서 한솥밥을 먹으며 '4강 신화'를 일궈냈던 박지성, 이영표, 차두리가 함께한 자리였기에 가능한 분위기였다.

이들은 결혼을 앞둔 박지성에 대해 "결혼은 상대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뀌는 것이다(이영표)"라고 충고함과 동시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주전 경쟁하는 것보다 어려운 게 결혼생활이다. 그러나 박지성은 거기서도 살아남았기에 잘할 거라 믿는다(차두리)"는 농담으로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후배 김승규는 "이영표 선배가 올스타전 최초의 자책골 기록을 가지고 계신데 저는 올스타전 최초의 무실점 경기의 기록을 세워보겠다"는 당찬 포부로 선배들을 웃음 짓게 했다.

이렇게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최근 한국축구계의 행보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모두들 진지한 어투로 일침을 가했다. 먼저 이영표는 "K리그 중계가 중요하다. MBC나 SBS가 좀 더 K리그 중계를 늘려야한다. 물론 안 늘린다고 실망하지는 않겠지만 (제가 소속돼 있는) KBS가 중계를 늘리지 않는다면 실망할 것 같다"며 KBS 카메라를 찾은 뒤 "K리그에 좀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 믿는다"며 가벼운 말투 속에 TV중계가 잘 안되는 현실에 대해 진지함을 더했다.

박지성 역시 "국내 축구를 위해 K리그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첨언했고, 차두리는 "이번에 대표팀이 실망스러운 경기를 했지만 4년 후 더 잘하기 위해서는 K리그가 잘돼야한다"며 "2년간 국내에서 뛰면서 느낀 것은 '양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득권을 가지신 관계자분들이 내려놓고 양보를 해야 축구발전이 가능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 약 50여 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분명 한국 축구계가 새겨들어야 할 아프지만 옳은 말들이 섞여 있었다. 이제는 축구계에서 선배로써 말 하나하나에 힘이 실리는 이들과 조금씩 한국 축구에서 존재감을 더하고 있는 김승규까지 함께한 이날 기자회견은 분명 한국축구계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 보여준 축소판과도 같았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