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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여름만 되면 찾아오는 서울극장과 이에 못지않은 포항의 집요한 끈기가 만들어낸 명승부였다. 이런 경기들만 나온다면 국내축구의 불황은 없을 것이 확실하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FA컵 16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포항 스틸러스를 누르고 8강에 진출했다.

다소 지루했던 전반전은 더 큰 도약을 위해 잠시 신발끈을 고쳐 메는 쉼터였다. 후반전부터 진정한 명승부가 펼쳐졌다. 후반 10분 포항의 수비수 김형일이 김승대의 환상적인 크로스를 이어받아 골을 넣으며 서울을 흔들었다. 김형일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됐음에도 골을 넣으며 황선홍 감독을 기쁘게 했다.

자극을 받은 서울의 최용수 감독 역시 교체카드로 동점골 사냥에 나섰다. FA컵의 특성상 단판승부로 8강행이 결정되기에 최 감독은 후반 8분 윤일록을 투입한 것에 이어 후반 17분 중앙수비수 김진규를 빼고 공격수 윤주태를 넣는 초강수를 띄웠다. 이로 인해 자연스레 서울의 포메이션은 3-4-3에서 4-4-2로 변하며 더욱 공격적인 경기를 해나갔다.

경기는 서울이 막판 몰아붙였음에도 동점골이 나지 않으면서 포항의 승리로 끝나는가 했지만 서울에게는 여름만 되면 찾아오는 '서울극장'이 남아있었다. 경기 종료 직전 골을 몰아치며 지난여름 7연승을 했던 서울 극장이 이날 드디어 개봉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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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판 시계가 멈춘 후반 45분 마지막 공격에서 포항 신화용 골키퍼가 멀리 걷어내지 못한 펀칭을 서울의 김치우가 왼발 땅볼 슈팅으로 연결했다. 이 슈팅을 골키퍼와 동일선상에 있던 윤주태가 오른발을 살짝 갖다 대며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고 끝난줄 알았던 승부는 연장으로 갔다.

서울은 연장 후반 8분 고광민이 고명진의 스루패스를 이어받아 끝내 역전을 해내며 '서울 극장'의 해피엔딩을 완성하나 했다. 하지만 '서울 극장'만큼이나 놀라운 '포항의 끈기'가 있었다.

포항은 역전 실점 후 남은 7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서울을 흔들었고 결국 연장전 전광판이 멈춘 후반 15분, 강수일이 극적인 골을 만들어내며 결국 승부차기까지 끌고 갔다.

승부차기마저도 짜릿했다. 포항의 두 번째 키커이자 이날 경기 도움 하나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던 김승대가 찬 PK가 서울 유상훈 골키퍼에게 코스를 읽히며 막힌 것. 가장 잘했던 선수가 승부차기를 실축하는 명승부의 수많은 전례가 재연되는 순간이었다. 결국 이후 포항은 문창진 마저 골대를 맞추며 실축했고 서울은 포항을 승부차기에서 4-2로 꺾고 FA컵 8강에 진출했다.

이날 경기는 전광판 시계가 각각 다른 지점에서 멈췄을 때 두 골이 터지며 팬들을 짜릿하게 했고 역전에 재동점까지 이어지며 그야말로 명승부가 됐다. 승부차기마저도 극적인 스토리가 만들어지며 이 경기는 어떻게 축구가 사람들에게 짜릿함과 감동을 주는지를 보여준 진정한 명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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