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알아주는 라이벌전 서울-수원 빅매치 외면하는 방송사의 두 얼굴, 씁쓸한 뒷맛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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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2009년 국제축구연맹 FIFA는 세계 유명 라이벌전을 소개했다. 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 리버풀-에버튼의 '머지사이드 더비', 보카 주니어스-리베르 플라테의 '수페르 클라시코' 등이 뽑힌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서울-수원의 경기인 '슈퍼매치'가 뽑혔다.

슈퍼매치가 그만큼 뛰어난 라이벌전인가를 떠나서 일단 국제축구연맹에서 이렇게 선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슈퍼매치의 위상을 세계에서도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오는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15라운드인 라이벌전 '슈퍼매치'를 TV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생중계가 되는 채널이 경기 지역의 교통방송인 tbs가 전부이기 때문.

tbs가 K리그 중계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통방송이라는 한계가 분명해 일반인들에겐 축구중계가 낯설다. 게다가 tbs는 IPTV 패키지 상품과 경기 지역을 제외한 지방에는 송출이 되지 않아 지방 팬들이 슈퍼매치를 TV로 볼 수 있는 길은 없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연맹에서 이번 슈퍼매치 생중계를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한 것으로 안다"며 "이번 슈퍼매치 중계를 위해 공중파 방송사와도 구체적인 협의를 했지만 결렬됐고 케이블 스포츠채널들 역시 기존 편성을 바꾸기 힘들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그나마 두 곳(SPOTV+, SBS SPORT)이 녹화 중계를 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고 귀띔했다.

그나마 각 포털 사이트의 생중계 채널을 이용해 인터넷으로 보거나 경기 종료 후 SPOTV+에서 오후 9시 30분부터 중계되는 녹화중계, SBS SPORT의 오후 11시 녹화중계를 보는 수밖에 없다. 가장 빠르게 녹화중계가 되는 SPOTV+는 IPTV 3사에 공급되는 다른 SPOTV측의 채널(SPOTV, SPOTV2)에 비해 단 한곳(kt skylife)에만 송출돼 접근성이 확연히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날 경기는 토요일 오후 7시 30분에 열린다. 연맹 입장에서는 30도를 웃도는 낮시간에 경기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이 시간을 잡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 시간은 공중파의 '프라임 타임'시간대다. 시간조정을 해도 가뜩이나 월드컵 열기가 식은 데다 홍명보 감독의 사퇴로 축구열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프라임 타임까지 내주며 총대를 메기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실 지난 4월 열린 슈퍼매치도 공중파에서는 중계가 되지 못했다. 중계를 위해 시간까지 오후 2시에서 2시15분으로 조정했지만 세월호 참사 후 국민적 애도 분위기 속에 결방됐다. 당시 결방은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수 있지만 브라질 월드컵 기간 동안 자신들의 채널이 '축구채널, 월드컵 채널'이라고 홍보한 것이 무색해진다.

축구인들은 "방송사들이 틈만 나면 국내 프로축구 발전을 외치면서 어떻게 슈퍼매치같이 K리그에서 가장 큰 경기의 중계를 외면한단 말인가. 참 애석한 일이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최용수 감독은 10일 열린 슈퍼매치 프레스데이에서 "침체된 한국 축구가 이번 주말 슈퍼 매치를 기점으로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지금은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보단 앞으로 한국 축구가 발전하기 위한 고민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런 발전의 신호탄이 슈퍼 매치가 되길 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최 감독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팀이 확정되는 16강 2차전 때도 국내 어느 방송사에서도 생중계 하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 "국가간 대결에서 승리해 국민들에게 큰 희망을 드리고 싶은데 TV마저 생중계 시청이 불가능한 것이 아쉽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져야 하나 싶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꼭 최 감독뿐만 아니라 축구인들에게 TV생중계는 어느새 '당연한 것이 아닌 가끔 한 번 있는 일'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관이 소개한 라이벌전 중 한 경기가 영광스럽게도 국내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는 팬들, 굳이 tbs나 인터넷을 통해 보려는 굉장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이 경기를 라이브로 볼 수 없다. 지금까지도 자신들의 채널을 '축구채널'이라고 홍보하는 공중파와 스포츠채널에게 세계 최고의 라이벌전은 그 '축구'의 범위에 들어있지 않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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