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차두리, 홍명보, 이동국. 스포츠코리아 제공, 한국아이닷컴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대한축구협회는 3일 허정무 협회 부회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홍명보 감독의 유임이 결정됐다. 그렇다면 재신임을 받은 홍명보 감독이 다시는 범해선 안될 실수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세계 최고 구단 바이에른 뮌헨의 단장인 마티아스 자머(47)는 "대표팀이 잘되기 위해서는 세대별로 골고루 모든 선수들이 같이 성장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 선수들은 그들의 장점을 가지고 계속 성장하고 또 중간층 선수들 그리고 노장들까지 모두가 같이 움직여야 그 나라 대표팀이 단단해진다"고 했다.

물론 다양한 대표팀 운영방식이 있겠지만 독일의 전설적인 선수 출신이자 감독으로도 분데스리가에서 우승컵을 들어본 그의 말은 절대 허투루 들을 수는 없다. 꼭 이 말이 아니더라도 노장이 팀의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히 있고 전 세대가 아울러질 때 최고의 대표팀이 나온다는 점은 박지성-이천수 등의 신예와 홍명보-황선홍 등의 노장을 잘 활용했던 2002 한일월드컵의 히딩크호를 통해서도 이미 알 수 있다.

▶실패한 홍명보호, 베테랑이 없었다

홍명보호는 분명 노장들이 한참 부족했다. 30세 이상의 선수는 곽태휘뿐이었다. 물론 노장이 있으면 다음 월드컵을 대비하는 데는 좋지 못하다. 그러나 이영표 해설위원이 말했듯 월드컵은 경험을 쌓는 곳이 아닌 증명하는 무대다. 당장의 결과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월드컵에서 노장의 존재는 필수불가결이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어린 선수 혹은 중견급 선수들의 능력이 노장들을 한참 앞선다고 여겼고 사실상 노장을 배제한 채 평균연령 26.1세의 월드컵 32개국 중 다섯 번째 어린 팀으로 월드컵에 패기 있게 나섰다. 그리고 받아든 성적표는 16년 만의 최악의 결과인 1무2패였다.

▶여느 때보다 노장의 활약이 빛났던 브라질월드컵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월드컵은 그 어느 때보다 노장 선수들의 활약이 빛난 대회였다. 이탈리아의 36세의 골키퍼 지안루이지 부폰은 우루과이에게 0-1로 패하고도 공식 최우수선수에 선정될 정도로 맹활약했고, 월드컵 최다골 역사와 맞닿아있는 독일의 밀로슬라프 클로제도 36세의 나이로 골을 넣으며 독일의 선전을 묵묵히 이끌었다.

특히 그리스는 노장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호성적을 거뒀다. 무려 37세의 요르기오스 카라구니스는 16강까지 전 경기에 나서 팀의 중원을 지휘했고 16강 진출 티켓이 달렸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골을 넣으며 극적인 조별예선 통과를 했다. 16강전에서도 0-1로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골을 넣으며 경기를 승부차기까지 끌고 가기도 했다. 34세의 공격수 테오파니스 게카스는 비록 승부차기에서 실축하긴 했지만 16강전에서 후반 막판 골을 넣는데 지대한 공을 세우며 노장이 팀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행동으로 보여줬다.

▶노장들의 활약 속에 월드컵에 진출했던 한국대표팀

사실 한국도 노장들의 활약 속에 브라질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었다. 전임 최강희 감독은 적극적으로 노장 선수들을 활용했던 것. 이동국, 김남일, 김정우 등은 '최강희의 남자'였다는 점도 있지만 실제로 이 들은 다소 어린 2012 런던올림픽 세대의 선수들에게 경험과 안정감을 더해주며 한국을 브라질월드컵으로 이끌었다.

특히 지난해 3월 카타르와의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침대축구에 고전하던 한국대표팀은 경기 종료 직전 이동국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자 신예 손흥민이 골을 넣으며 1-0 신승할 수 있었다. 월드컵 예선 중 가장 중요했던 골인 이 골은 노장선수와 신예선수가 대표팀에서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장면이었다.

▶리더십의 부재가 보여준 조별예선 세 경기

이번 월드컵 러시아전에서는 행운의 선제골 후 침착함이 부족했다. 선제골에 들뜬 나머지 6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동점골을 허용해 첫 경기부터 모든 게 꼬여버렸다. 2차전이었던 알제리전에는 전반 26분부터 38분까지 12분간 내리 세 골을 허용하며 완벽한 멘탈붕괴를 맛봤다. 실점 후 선수들은 말없이 땅만 쳐다보며 자책을 할뿐 대화가 부족해 보였다. 벨기에와의 마지막 경기 역시 도리어 상대 선수 한 명이 퇴장 당했음에도 지나치게 성급하게 공격하다 상대 역습에 골을 내주며 지고 말았다.

▶필드 위의 홍명보가 필요했던 선수들

특히 벨기에전 후 기성용은 "도리어 상대가 한 명 퇴장 당한 것이 경기하기 더 어려웠다"며 "상대가 수비적으로 나가니 공격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럴 때 옆에서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베테랑이 할 수 있는 역할이었고 알제리전처럼 팀이 급격하게 무너질 때 리더의 한마디는 선수들을 각성시킬 수 있다.

바로 2002 한일월드컵 때 당시 주장이었던 홍명보가 팀에 하던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경기가 안 풀리자 1차전 폴란드전에서 과감한 중거리슈팅으로 공격이 필요한 때라는 것을 몸소 보였고, 0-1로 패색이 짙던 16강 이탈리아전에서 선수들을 다독이며 끝끝내 동점골을 이끌어낸 바로 그 노장이 홍명보였다.

물론 홍 감독은 알제리전 0-3으로 뒤진 채 전반을 마치자 후반전 놀랍게 선수들을 각성시켜 2골을 넣게 했다. 여전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임을 알 수 있는 후반전이었다. 그러나 당장 선수들과 함께 뛰는 필드 위에서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는 부족했고 결국 노장들의 경험, 리더십 등이 결여된 채 완패의 쓴 잔을 들이켰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팀이 되어야

물론 어린 세대가 많은 대표팀은 미래가 기대되기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전세대가 함께하는 대표팀이야말로 가장 긍정적인 팀이다. 노장은 괜히 오래한 것이 아니다. 수많은 경험과 그 경험 속에 나온 노하우, 나이가 주는 리더십이 본보기가 되기 때문이다. 월드컵 후 이동국이나 차두리 등의 노장선수들이 함께하지 않은 것에 아쉬워하는 여론이 있는 것은 바로 그 이유다. 지나치게 한 세대에 편중된 대표팀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이번 경험을 통해 알게 됐으면 족하다. 재신임을 받은 홍 감독이 뼈저리게 깨달아야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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