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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에서부터 1998월드컵의 이임생, 2006월드컵의 이천수, 2010 월드컵의 차두리. ⓒAFPBBNews = News1
드디어 결전의 날이다. 전 국민이 손꼽아 기다린 그날이 왔다. 바로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H조 대한민국과 러시아의 첫 경기가 18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7시 브라질 쿠이아바의 판타나우 경기장에서 열린다.

한국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사실 '좋지 않다'기보다 '최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박주영, 윤석영 등 선수 선발 논란과 함께 국내 출정식에서 튀니지에 0-1 패배, 월드컵 직전 최종 평가전이었던 가나전에서 0-4 완패를 당하며 국민들의 기대치가 바닥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들이 16강은커녕 1승이나 할 수 있을지 홍명보호를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비판적인 여론 속에서도 국민들은 ‘혹시나’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대표팀이 미덥지 못하지만 그래도 너나없이 18일 오전 7시면 TV앞에서 대표팀의 골을 염원할 우리 국민들이다.

그렇다면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보여줘야 할 건 무엇일까. 골? 승리? 물론 좋다. 더 바랄 것도 없다. 그러나 만약 그렇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부상을 당했을지라도 어떻게든 끝까지 뛰어보려는 투혼, 이 경기가 너무 아까워서 경기 종료 후 바닥을 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 열심히 뛴 것에 후회 없음에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그런 모습이라면 0-1, 아니 0-5 완패라 할지라도 대표팀을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 한국 유니폼 목 뒷면에는 '투혼'이라는 글자가 새겨져있다. 나이키 제공
시계를 16년 전으로 돌려보자.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한국은 멕시코에 역전패를 당하고 네덜란드에 0-5 완패를 당하면서 역사상 초유의 ‘월드컵 도중 감독 경질’이 일어날 정도로 암울한 상황이었다.

이미 16강 진출이 무산된 상황에서 펼친 벨기에와의 경기. 한국은 먼저 실점을 하며 3전 전패의 위기에 몰린다. 이때 수비수 이임생이 후반 22분 상대 공격수의 발길질에 머리를 다쳤다. 얼굴에는 피가 흘러내렸지만 이임생은 의료진을 향해 “빨리 빨리”를 외치며 어서 치료를 해달라고 했다. 다시 경기장에 뛰기 위해서였다(참고사진 1).

머리에 붕대를 감고 들어선 이임생의 부상투혼에 힘을 얻은 한국은 그 경기에서 유상철의 극적인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거두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이었지만 대표선수들이 돌아오는 날 공항에서는 환영과 축하 세리머니를 위해 수많은 팬들이 몰렸다. 한국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에 감동한 것이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1승 1무로 16강 진출이 유력해보였던 한국이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스위스에 0-2로 패하며 탈락을 한 것.

경기 직후 한국의 윙포워드 이천수는 분함을 참지 못하고 그라운드에 주먹을 내려치며 눈물을 흘렸다(참고사진 2). 그만큼 꼭 이기고 싶었던 마음이 브라운관 넘어 고국팬들에게 전해졌고 비록 16강에 나가지 못했다할지라도 한국은 ‘졌지만 잘싸웠다’는 말이 부족함이 없는 2006 월드컵을 보냈다.

  • 참고사진1, 붕대 투혼을 보여줬던 이임생. ⓒAFPBBNews = News1
지난 월드컵 역시 전 국민을 울먹이게 만든 장면이 있었다. 16강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 터진 루이스 수아레스의 골에 한국은 1-2로 아쉽게 패하며 8강 진출이 좌절됐다.

경기 후 한국의 오른쪽 수비수 차두리는 이 경기로 더 이상 이번 월드컵에서 뛰지 못한다는 분함과 아쉬움이 섞인 눈물을 흘렸다. 안정환 등 여러 선수들 역시 아쉬움과 함께 차두리를 위로하는 모습을 보이며 전 국민을 감동시켰다(참고사진 3).

왜 국민들은 감동했을까? 이 세 장면을 모아 보면 사실 한국이 모두 진 경기였다. 월드컵 무대에서 패했으니 분노하고 비난을 보내도 시원찮을 테지만 이들이 보여준 투혼과 눈물의 진정성이 국민들의 마음을 흔든 것이다.

꼭 눈물을 흘려서가 아니다. 선수들이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아니 국민들보다 더 이 경기를 이기고 싶어 했고 최선을 다했는지 행동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이번 월드컵 역시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할지라도 죽을 힘을 다해 뛰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기력을 펼친다면 그 누구도 태극전사들을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태극전사의 유니폼 목 부분에는 ‘투혼’이라는 글자가 새겨져있다. 이제 시간이 왔다. 대표팀에게 ‘투혼’은 유니폼에만 박혀있는 활자가 아닌 5,000만 국민을 위해 보여주는 함성임을 증명해야 한다.

  • 참고사진2, 2006월드컵 스위스와의 경기 후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운 이천수. ⓒAFPBBNews = News1
  • 참고사진3, 2010 월드컵 16강 우루과이전 후 눈물을 흘리는 차두리(왼쪽)와 위로하는 안정환.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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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4/06/17 22:00:42   수정시간 : 2014/06/18 04: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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