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피아코스전 결과 따라 맨유 지휘봉 놓을수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데이비드 모예스. ⓒAFPBBNews = News1
'맨유, 조만간 모예스 경질할 듯', '모예스, 맨유의 적임자 아냐'

데이비드 모예스(51)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지휘봉을 잡은 후부터 전 세계 축구팬들이 맨유에 가장 많이 접한 언론의 헤드라인은 이랬다.

무릇 사람은 같은 소리를 여러 번 듣다보면 그 말의 가치를 잊게 되고, 아무리 멋진 것도 계속 접하다보면 무덤덤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부모님의 애정 어린 말을 잔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게 되고, 올랜드 블룸은 '베이글녀'이자 차마 아름다워 떨어지기 싫을 미란다 커와 이혼하는 멍청한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예스는 맨날 잘린다면서 안 잘려?'라며 쉽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정말로 모예스가 잘릴지도 모른다. 아니 이번에 잘리지 않는다면 더 이상 맨유가 모예스를 자를 명분은 없을 것이다.

맨유는 20일(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리는 2013~14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올림피아코스(그리스)와의 2차전에 나선다. 지난달 26일 그리스에서 열린 원정 1차전에서 0-2 완패를 당했던 맨유는 실점 없이 3골 이상을 넣어야만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AFPBBNews = News1
물론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올림피아코스가 행여 한골이라도 넣게 되면 그 한골은 두골의 가치(원정경기 골)를 가지게 된다. 제아무리 전성기의 맨유라도 4골은 힘들 수도 있는데 지금의 맨유라면 4골은 가당치도 않다.

맨유는 최근 7경기에서 3승 2무 2패를 기록 중이다. 맨유의 일정이 빡빡해서일까? 지난 2월1일부터 약 50일간 맨유가 치른 경기는 7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대략 일주일에 한경기를 치른 꼴로 전혀 빡빡한 일정도 아니었다. 그렇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못했기에 그런 것이다.

이에 맨유의 리그순위는 리그 7위까지 추락한 상황. 1위 첼시와는 승점 18점이 차이 나고,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인 4위 맨체스터 시티(맨유보다 두 경기 적음)와도 승점 12점이 차이난다. 맨시티가 남은 11경기에서 3,4승만 하고 나머지 경기를 다 진다고 해도 맨유는 남은 9경기에서 전승에 가까운 성적을 올려야 따라잡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맨시티가 남은 11경기에서 3,4승만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즉 챔스 진출은 이미 물건너 갔다.

맨유의 최근 3경기를 보면 가관이다. 1승2패에 3득점 5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WBA와의 경기에서 3-0으로 이기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정작 중요한 경기였던 챔피언스리그 올림피아코스전과 '레즈 더비'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완패했다. 특히 감독의 지략대결에서 완패한 리버풀전은 모예스가 얼마나 맨유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경기였다.

모예스가 능력 없는 감독이라고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모예스는 사실 굉장히 훌륭한 감독이다. 2001년부터 에버튼의 감독직을 맡은 후 2003~2004시즌 강등을 겨우 면한 17위의 팀을 다음 시즌 4위까지 만든 것은 물론이거니와 2006년부터 에버튼을 떠나는 지난 시즌까지 7년간 8위 밑으로 내려가게 한 적이 없다(평균 6.3등).

모예스 감독을 후계자로 택한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감독. ⓒAFPBBNews = News1
에버튼과 같이 저예산으로 운영하던 팀으로 별다른 선수영입도 없이 이처럼 중상위권에 꾸준히 올려놓는 것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알렉스 퍼거슨 전감독 역시 자신의 후계자로 모예스 감독을 후계자로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모예스는 계속되는 부진과 전에 받아본 적 없던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관심과 핍박에 자신의 역량을 100%는커녕 반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를 도와줄 보좌진이나 든든한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궁지에 몰리다보면 뭘 하든 악수를 두게 되는 것이 딱 이 상황이다.

이에 ESPN은 "맨유 이사진이 모예스 감독의 경질을 고려중이다"라고 보도를 했다. 물론 모예스 감독은 즉각 "맨유의 실세인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 에드 우드워드 사장, 데이비드 길 전 사장 모두 내게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다"며 "이는 내가 맨유와 6년 계약을 맺은 이유다"라며 경질설을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미 '재정'과 가장 큰 관련이 있는 챔피언스리그를 나가지 못하게 됐고(4,000만 파운드의 효과), 홈구장에서 라이벌에게 0-3으로 완패당하면서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까지 쥐게 된다면 맨유가 모예스 감독을 경질할 수밖에 없는 타이밍으로 만들 것이다.

올림피아코스와의 경기에서 8강 진출에 성공하지 못한다할지라도 좋은 경기력만 펼칠 수만 있다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이후 있을 웨스트햄전에서 가볍게 이긴 후 지역라이벌 맨시티를 상대로 의외의 카운터펀치 한방이면 모예스의 맨유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하지만 올림피아코스전마저 졸전을 펼치며 무너진다면 이만큼 모예스를 자를 최적의 타이밍은 다시 오진 않는다. 만약 올림피아코스전 졸전 이후에도 맨유가 모예스와 함께한다면 더 이상 '경질설'이 나올 필요가 없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함께한다는건 정말로 6년을 함께하며 팀을 리빌딩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올림피아코스와의 경기는 정말 잘리든, 혹은 계속 함께하든 어떤 식으로든 더 이상의 '경질설'이 나오지 않게 할 경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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