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균 "퇴출 아냐… 대표팀과 실업팀 병행 힘들지 않겠느냐는 취지"
"박은선은 여자축구 최고의 에이스… 세계적으로도 유명" 거듭 칭찬
'남자냐 여자냐' 얘기 나눴느냐 묻자 말 돌려… "상처 받았다면 사과"

난데없이 한국 여자축구의 에이스 박은선(27·서울시청)의 성별에 의혹을 제기한 여자축구 지도자 측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여자축구지도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성균 수원FMC 감독이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박은성 성별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최근 서울시청을 제외한 6개 구단 감독들은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박은선의 성별에 의혹을 제기하며 그를 WK리그에서 퇴출하도록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 감독은 6개 구단 감독들이 박은선 퇴출을 의논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감독은 "취지가 잘못 전달됐는데 박은선을 퇴출하자는 게 아니라 2005년까지 대표팀에서 뛴 뒤로 발탁을 안 했으니 대표팀에 다시 합류를 시켜도 되지 않나. 그런 것을 권유하다가 나온 얘기"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박은선을 최고의 선수라고 거듭 추켜세웠다. 이 감독은 "박은선은 여자축구선수 중 제일 좋은 선수다. 우리 지도자들이 보기엔 7개 구단 중 가장 에이스 선수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선수다. 박은선을 대표팀에 뽑지 않으면 대체 누구를 뽑느냐는 취지의 얘기를 나눴던 것"이라고 말했다.

6인의 감독들은 '박은선이 대표팀에서 뛰면 두 가지를 병행하기 힘드니 실업팀에선 뛰는 건 벅차지 않겠느냐'는 논의를 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진행자가 '대단한 선수가 실업팀에서 뛰어야 K리그가 활성화 되지 않느냐'고 묻자 이 감독은 "당연히 실업팀도 뛰어야 하고 우리 팀과 선수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대표팀 운영도 중요하니까. 대표팀도 어떻든 간에 해외에 나가서 국익을 선양하는 팀인데 그런 팀에 최고의 선수를 뽑아서 데리고 가야 되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박은선의 성별을 놓고 감독들이 얘기를 나눈 건 부인하지 않았다. 진행자가 '남자야, 여자야 라는 얘기는 전혀 안 했느냐'고 묻자 이 감독은 "그런 얘기도 나오지만 그건 지도자들끼리 한 얘기다"고 말했다. '농담이었느냐'는 물음에 이 감독은 "그렇다. 박은선을 대표팀에 뽑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질문을 피해갔다.

6명의 감독이 '박은선이 계속 WK리그에 뛰면 우리는 출전을 거부한다'고 연맹에 통지한 데 대해선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 감독은 "그냥 얘기만 있었다. 그런 얘기만. 그런 의견이 있다는 걸 회장님한테 알려드린 거지. 그런 걸로 진짜 박은선이 퇴출이 되는 건 아니다. 박은선은 여자축구에서는 너무 대단한 선수인데. 세계적인 선수고 세계대회에 나가서 무슨 게임을 하려고 하면 박은선이 꼭 필요하다"면서 궤변을 늘어놓았다.

앞서 박은선은 성별 논란이 재차 제기되자 페이스북을 통해 심경을 밝힌 바 있다. 박은선은 "월드컵 때도, 올림픽 때도 성별 검사를 받고 경기에 출전했는데 그때도 어린 나이에 수치심을 느꼈다"면서 "저를 데려가려고 잘해 주던 감독님들이 이렇게 죽이려고 드는 게 더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박은선이 그렇게 느꼈다면 정말 미안하다. 감독들의 표현에 문제가 있었던 건데 그런 뜻은 아니라는 것만 전하고 싶다. 지도자로서 제가 너무 미안하고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거나. 어쨌든 우리(6인 감독들)는 박은선이 대표팀에서 국익을 선양하고 이런 걸 원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박은선은 다른 팀 선수니 운동장에서 보면 인사를 하면서 열심히 하란 얘기를 한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우리의 처사가 이 같은 논란을 일으키는) 불씨가 될 줄 사실 몰랐다"고 해명하며 진땀을 뺐다.

한편 박은선의 소속 구단인 서울시청은 이날 서울 중랑구 서울시체육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개 구단 감독이 박은선의 성별을 문제 삼으며 경기 보이콧을 선언한 문건을 공개했다.

공개된 '한국여자축구 실업 감독 간담회 안건' 문건을 보면, 총 9개 항목 중 7번째에 '박은선 선수 진단'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내용이 적혀있다. 문서에는 '2013년 12월 31일까지 출전 여부를 정확히 판정하여 주지 않을 시 서울시청팀을 제외한 실업 6개 구단은 2014년도 시즌을 모두 출전 거부한다는 의견'이라고 적혀있다. 이는 이 감독이 "박은선이 뛰지 못하도록 결의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한 것과 전혀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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