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스포츠한국DB)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전에 겪은 암울한 상황이 재연되는 걸까. 지동원(22·선덜랜드)이 처한 상황이 심상찮다. 기성용(24)과 달리 팀에서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동원은 지난달 6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홈경기에 교체 출전한 뒤 내리 네 경기에서 결장했다. 심지어 교체 명단에도 없다. 그러다 보니 지동원이 전력 외로 분류된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선덜랜드는 7일(한국시간) 선덜랜드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사우샘프턴과의 2013~2014 잉글랜드 캐피털원컵 4라운드에서 2-1로 승리하며 8강에 진출했다.

거스 포옛 선덜랜드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기성용(24)은 90분 풀타임 활약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기성용은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노련하고 정확한 패스로 안정적인 수비를 이끈 기성용은 포옛 감독에게 강렬한 인상을 새겼다. 공격 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지만 공격과 수비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든 점도 돋보였다. 때문에 그가 오는 11일 열리는 EPL 맨체스터시티전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동원 사정은 전혀 다르다. 마치 2011~2012시즌의 악몽을 꾸는 듯하다. 당시 지동원은 마틴 오닐 감독의 눈 밖에 난 탓에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현지 언론이 지동원에게 기회를 안 주는 이유를 궁금해 할 정도였다. 다행히 지동원은 2012~2013시즌에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를 선택하면서 잠재력을 발휘해 진가를 입증했다.

이후 임대를 끝내고 돌아온 지동원은 파울로 디 카니오 전 선덜랜드 감독의 요청으로 선덜랜드에 남았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맹활약했기 때문에 선덜랜드에서도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디 카니오 감독과 동료들은 지동원에게 신뢰를 보냈고, 지동원의 자신감도 높아졌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게 흘렀다. 지동원의 이적을 막았던 디 카니오 감독은 경기장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로 그를 외면하기 시작했고 좀처럼 경기 출전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디 카니오 감독이 성적부진 때문에 경질되고 포옛 감독이 부임했다. 포옛 감독은 당장 팀 순위를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때문에 과감한 공격을 추구하고 있다. 포옛 감독에게 지동원은 득점력이 약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포옛 감독은 부임 이후 단 한 번도 지동원을 경기에 내보내지 않고 있다. 디 카니오 감독 시절이 차라리 나았던 셈이다.

포옛 감독이 원하는 경기력을 보여주지 않는 한 지동원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보는 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동원이 과감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되찾아 포옛 감독의 눈에 들 수 있을지에 축구팬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이날 리그컵 8강에 오른 선덜랜드는 다음달 8일 첼시와 준결승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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