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감독(사진=한국아이닷컴DB)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10월 이란과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온갖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이란이 지독하게 홈 텃세를 부린 탓에 맘고생이 극심했던 것이다.

이란축구협회가 비자 발급을 차일피일 미룰 때부터 심상찮았다. 대한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공문을 보내고 주 이란 한국대사관까지 발벗고 나서 끊임없이 비자발급을 독촉했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결국 대표팀은 출국 당일에야 비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란에 도착한 후에도 웃지 못할 상황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란은 한국 대표팀에 제대로 된 훈련장을 내주지 않았다. 겨우 배정받은 아라랏 경기장은 숙소에서 가깝고 야간용 조명시설도 설치돼 있었지만 잔디가 엉망이었다. 바닥이 너무 딱딱해 선수들의 부상이 걱정될 정도였다.

대표팀은 훈련장 교체를 요구했고 호마 경기장으로 옮겼다. 그런데 호마 경기장에는 조명시설이 없었다. 낮에만 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란 대표팀이 사용하는 국립 아카데미 훈련장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란축구협회는 이를 거부했다. 이란 선수들이 버젓이 훈련 중인데도 "공사 중이라서 곤란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오죽하면 최 감독이 "이란이 한국에 오면 한강 시민공원을 연습장으로 내줘야겠다"고 말했을까.

산소가 부족한 1,200m 고지대에 위치해 '원정팀의 무덤'으로 유명한 아자디스타디움에서는 더 노골적이었다. 이란 관중 12만명이 내지르는 함성도 부담스러운데 이란은 경기 매너까지 없었다. '살인 태클'을 비롯해 비신사적인 행동을 일삼았다. 분을 못 참은 최 감독과 선수들은 '이란에 꼭 복수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지긋지긋한 '테헤란 징크스'도 이란을 곱게 볼 수 없는 이유다. '테헤란 징크스'는 1974년 시작됐다. 한국은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에서 첫 이란 원정 경기를 치렀고 0-2로 패했다. 1977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예선에선 2-2 무승부를 기록했고, 2006년 아시안컵 예선에선 0-2로 패했다. 2009년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도 1-1로 비겼다. 그리고 지난해 10월에도 0-1로 패했다. 이란과 치른 다섯 차례의 경기서 한국은 한 번도 이란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최 감독은 11일 "이란 원정 경기에서 푸대접 받고 경기장에서 좋지 않은 상황을 겪었다. 우리 선수들이 다 기억하고 있다"는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최 감독은 이란과 우즈베키스탄 중 어느 팀과 본선에 가고 싶냐는 질문에 "솔직히 이란이 더 밉다. 이란에 반드시 아픔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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